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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월街서 본 노동단체 비리

서정명 <뉴욕 특파원>

뉴욕 월가(街) 투자자들은 열렬한 환영과 환대로 맞이했다. 한국 경제 투자의 최대 걸림돌로 인식됐던 노동단체 대표들이 잇따라 금융자본주의 본고장을 찾아 해외자본의 한국 투자를 요청하는 전령사로 변신한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에는 한국노총이 단체설립 처음으로 한국경제설명회(IR)에 참여해 “우리는 언제든지 장기 해외 투자자본을 환영하며 외국기업의 한국 진출에 어려움이 있으면 우리에게 먼저 알려달라”며 투자유치 선봉장을 자임했다. 3월 초에도 한국노총은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인텔과 3M, 하니웰 등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들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노사평화와 업무협조를 약속하며 일주일 동안 3억8,000만달러의 투자유치 실적을 기록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종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투자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노동단체가 ‘빨간 머리띠’의 강성노조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한국 투자유치의 지원군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종종 건네고는 한다. 색안경을 끼고 한국 노동계를 바라보았던 해외 투자자들의 시력 교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노동단체들의 비리의혹과 부정한 리베이트 수수로 노조 대표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암담한 뉴스를 전해 들으면서 월가 투자자들은 ‘노동단체마저’라는 반응을 보이며 혀를 차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의 회계부정과 부당한 하청계약, 비자금 조성 등을 비난하면서 누구보다 기업경영 투명성을 강조했던 노동단체들이 비리와 타락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만 것에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월가 투자기관의 한 펀드매니저는 일부 한국 대기업과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부당하고 비열한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노동단체들이 기업보다 더 심한 천민 자본주의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투자유치 설명회를 위해 산별 노동단체나 양대 노총이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해외 자본시장을 찾아 나서는 일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과의 질의응답(Q&A) 시간에 투자자들이 기업의 경영 투명성 제고와 함께 한국 노동단체들의 도덕성과 운영 투명성을 끈질기게 요구하며 답변을 요구할 경우 노동단체들은 어떠한 반응과 답변을 보일지 걱정이 앞선다. 노동단체들은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비판하는 목청을 높이기에 앞서 이를 배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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