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저축은행은 지점이나 출장소·여신전문출장소 등을 설치할 때 반드시 일정액을 증자해야 했다. 이는 지점 등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반면 증자 요구가 서민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 또한 끊이지 않았다. 이런 규제를 온존시킬 경우 가뜩이나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저축은행의 대다수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런 악조건에서도 저축은행들은 최근 지난한 자구 노력 끝에 적자폭을 크게 줄이고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등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규제완화가 서민금융의 첨병인 저축은행의 제 기능을 찾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다. 불과 두 해 전 구조적 비리로 20곳이 넘는 저축은행이 퇴출되고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기초적인 해결책조차 마련되지 못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활성화를 통해 서민의 금융복리를 증진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당연한 책무지만 부실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사상누각일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조성된 저축은행 회생 계기를 헛되이 날리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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