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백금(플래티늄) 등 비철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들 광물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제재가 강화될 경우 수급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른 주요국가들에서 정부의 수출금지 조치, 광산 파업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7일(18일은 휴장)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된 니켈 7월 인도분은 메트릭톤(MT)당 1만7,925달러를 기록,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 최저가(1만3,413달러)를 기록했던 1월9일과 비교하면 무려 33.6% 올랐다. 니켈은 공기 중에서도 변하지 않고 산화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도금·합금 등에 주로 쓰인다.
니켈 가격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세계 1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수출금지 조치다. 1월 인도네시아는 자국 제련산업 보호 및 이를 통한 광물산업 전체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천연 광물의 수출을 금지했다.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이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글로벌 니켈 시장에서 2만7,000톤가량의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공급부족 규모는 내년에는 11만1,00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가 7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표퓰리즘 성격이 강한 국가산업 보호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이 적어 니켈 가격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니켈 생산량 기준 세계 2위 국가인 러시아의 리스크 고조는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서방국가들이 니켈 광산을 포함해 러시아 산업계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를 내놓을 경우 니켈의 수급 불균형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코샤은행의 원자재시장 전문가인 패트리시아 모흐는 "인도네시아와 러시아의 상황 모두 (사태 해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니켈 시장이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금·팔라듐 가격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백금 및 팔라듐 7월물 가격은 각각 트로이온스(약 31.1g) 당 1,428.70달러, 807.10달러를 기록, 올해 최저가 대비 각각 3.8%, 14.95% 뛰었다. 이들 가격 변동성의 주요 원인 역시 각각 전세계 생산량의 11%, 67%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정정 불안이다. 여기에 더해 전세계 백금 공급의 80%, 팔라듐 공급의 23%를 차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산 노동자 파업도 이들 비철금속 가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아공 광산건설노조 조합원 7만여명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1월23일부터 13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남아공 내 주요 광산들이 폐쇄됐다.
백금 수요의 절반 이상은 보석 업계이며 자동차용 촉매와 화학 및 석유 정련용 촉매제로도 각각 29%, 13%가 사용된다. 특히 전도율이 탁월하고 다른 금속과의 반응성이 낮아 컴퓨터 산업 및 기타 첨단 전자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팔라듐 또한 자동차용 촉매·전자 장비·치과용 합금 등에서 주요 사용되는 금속으로 이들 비철 금속 가격의 급등은 관련 산업에서의 원가 부담 가중은 물론 제조업 경기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