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만트, 종이로 사건 재현후 촬영<br>회퍼, 공공장소 등 빈 공간 담아<br>나란히 국내서 개인전 열어
| '파켓-파셀(Paket-Parcel·소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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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노이에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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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진계의 두 거장이 나란히 국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사진 메카인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 출신인 간디다 회퍼와 토마스 데만트. 두 작가 모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공간과 사건을 찍는다는 공통점이 있고 실험적이고 개념적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작품 가격이 점당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블루칩이라는 점도 닮았다.
◇토마스 데만트, 사건의 재구성=데만트가 촬영한 공간은 실제가 아니다. '종이'로 만든 가상공간이다. 조각을 전공한 그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개인의 기억을 종이를 사용해 실물크기로 재현한다. 그런 다음 사진을 찍은 후 그 모형을 파기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 출품작 '콘트롤 룸(Control Room)'은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초래한 원전 중앙제어실을 재현한 것. 언론을 통해 소개된 모습을 조합한 것으로 너덜너덜해진 천장과 벽면이 생생함을 더한다. 만들고 찍고 부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사진의 전통적 특성인 '현실의 충실한 재현'을 뒤집고, 나아가 사진의 교묘한 조작과 허구성을 폭로한다. 작가는 까르띠에 파운데이션, 모마(MoMA), 프라다 파운데이션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베니스 비엔날레와 파리 퐁피두 센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열린다. (02)515-9496
◇칸디다 회퍼, 역사의 기억=회퍼는 사람이 떠난,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빈 공간'을 찍는다. 그녀는 주로 미술관과 서점ㆍ카페테리아ㆍ사무실ㆍ동물원ㆍ도서관 등 다양한 공공 장소를 작품에 등장시켰다. 작가의 건축학적 관심이 반영된 작품은 마치 르네상스의 회화같은 이상적인 구도, 완결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보통의 사진과 다른 점은 그 안에 시간의 흐름이 감지된다는 것. 사람의 부재(不在)가 오히려 시ㆍ공간에 대한 집중력을 높인다. 작가는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인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은 1859년 완공된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미술관 시리즈'를 주제로 삼았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거나 소멸되는 사회적 습관들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작품이 전시된 방식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전쟁의 상처, 보수의 흔적, 화려한 장식, 역사적 유물들이 시간의 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시는 12월25일까지.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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