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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노 타이 문화
입력2005-07-18 16:22:07
수정
2005.07.18 16:22:07
강창현 <문화레저부장>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르는 후텁지근한 장마철이다. 끈적끈적하고 무더운 날씨에 만원인 지하철에서 넥타이에 정장 차림을 한 사람들을 보면 갑자기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온다.
지난 12일 정부종합청사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타이’ 패션쇼다. 정부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개최했다. 모처럼 공감이 가는 행사였다.
일본 환경성 조사에 따르면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2도 내려가 사무실 냉방온도를 그만큼 올릴 수 있고, 이에 따른 화석연료 절감으로 연간 160∼290톤의 이산화탄소 감소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넥타이, 안정 상징서 '올가미'로
넥타이는 전세계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남성의 가장 중요한 패션이자 액세서리 중의 하나다. 넥타이하면 ‘목을 묶는다’는 의미대로 조직ㆍ규제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듯 군대에서 비롯됐다.
고대 로마군에서 사용된 것이 최초다. 하지만 직접적인 기원은 17세기 중반 크로아티아 부대가 터키군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파리를 방문할 때 장교들이 목에 수건을 두른 것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당시 이 목도리를 ‘크라바트’라고 불렀다. 이것이 발전해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신사들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사실 넥타이는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경제 성장의 역군이었고 이른바 ‘출세’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배고픔에 지친 농촌 청년들이 무작정 도시로 나와 안정된 직장을 가지면, 반드시 넥타이를 매고 명절 때 고향을 찾는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의 상징인 셈이다. 군사정권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만든 마지막 저항세력도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넥타이 부대’였다. 요즘은 이보다는 권위가 조금 떨어졌지만 공무원, 대기업 직원 등 적당히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넥타이를 맨다.
하지만 점차 넥타이를 ‘올가미’로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넥타이를 푸는 것이 단순히 온도를 2도 낮춰주는 에너지 절약의 차원이 아닌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노타이는 젊음의 상징이 됐다. 젊은 기업에서는 넥타이를 고집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는 일부 대기업도 자유복장을 실시하고 있다. 노타이 복장이 실내근무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영업에도 절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발 빠른 백화점들도 노타이 패션 매장을 마련해 매출이 크게 늘고 있을 정도다.
넥타이가 통일ㆍ규제ㆍ합심 등을 상징한다면 노타이는 자유ㆍ창의ㆍ여유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코드다. 지난해 말 벤처기업 사장들이 모이는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넥타이 맨 사람들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들의 얘기가 넥타이를 풀면 사무실 내에서나 영업을 할 때나 편안한 마음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가 보인다고 한다.
고위층부터 먼저 풀어야
아직도 고위 공무원, 대기업 사장ㆍ임원, 국회의원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은 넥타이를 고수하고 있다. 그들부터 넥타이를 푸는 것이 어떨까. 자유로운 복장의 CEO는 자기 회사원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다. TV토론 등에 출연한 유명 인사 역시 넥타이를 풀면 훨씬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넥타이를 풀고 있는 사회는 분명 여유를 가진 사회다. 발전하고 있는 사회다.
사족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미국의 안과학회지는 넥타이를 졸라 매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안액이 압력이 증가해 시신경 손상과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넥타이에 대한 의학적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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