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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서울시장


대한민국에서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폐해 중 하나, 바로 대통령 일가의 권력형 비리 문제다. 이 때문에 이미 10년 전부터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다양한 방향의 헌법개정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매번 반복되는 명백한 잘못이 있기에 내일 당장 대통령제를 폐지하자고 하면 어떨까.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말이지 정책결정자가 할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이와 비슷한 정책 결정을 했다. 턴키 발주(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이 담합ㆍ로비 등 비리의 온상이라며 당장에 턴키 공사 발주를 아예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턴키제도가 로비 등의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입찰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위로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제도 도입 등 입찰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턴키는 설계ㆍ시공을 한 업체가 맡기 때문에 하자 발생시 책임 소재를 묻기 수월하고 공사기간이 단축된다는 이점도 있다. 업체의 기술경쟁력 향상에도 큰 기여를 했다. 단점도 크지만 장점이 많다 보니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제도인 것이다.

시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설계적합 최저가 방식으로 턴키 발주를 진행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지만 이미 서울시 턴키 발주가 올해 0건이었음을 보면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백번 양보해 턴키 발주가 없어져 마땅한 제도라 치자. 그렇다면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하는 게 순서다. 대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연구할 것이고 내년 적용과 함께 도입될 것"이라는 군색한 대답을 했다.

근거도 빈약하다. 담합 행위로 혈세가 낭비됐다는 근거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건설업계의 속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부동산부 기자로서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건설업계의 못된 관행을 없애고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서울시의 생각에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정책 결정자가 근거 없이 심증과 가치판단에 매몰되면 위험하다. 대안 없이 마음만 앞서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장실이 한 쪽만이 아니라 사방으로 열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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