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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3월 25일] '얼리버드'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관가를 중심으로 회의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소위 얼리버드(early bird) 움직임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일찍 일어나 먼저 사냥을 나간 새가 더 많은 먹이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의 이 얼리버드는 미국 통신판매업계의 얼리버드 스페셜(early bird special)에서 유래했다. 즉 빠른 주문이나 일정 수량을 소진하는 주문에 대해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선물을 끼워주는 조건으로 조기주문을 유도하는 우대판매 방식이다. 우편주문이 빨리 오는 것을 새가 일찍 날아드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일을 빨리 시작하면 서머타임제도처럼 시간을 일부러 바꾸지 않고도 시간을 앞당기는 효과는 물론이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거 ‘하면 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가난에서 벗어나자며 추진했던 새마을운동의 성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듯이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 캠페인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음 날 이른 출근시간을 염려해 늦은 저녁식사나 술자리를 피하게 될 것이고 이는 건전한 일상생활을 유도하는 작용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출 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자며 노력했던 지난 1960~1970년대의 산업화시대 시절 우리가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주말도 쉬지 않고 일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부 도장을 찍고 곧장 아침식사를 하러 슬그머니 사무실을 빠져나가거나 오후에는 사우나를 갔다 오는 일도 늘어났다. 출근시간은 이르고 퇴근시간이 늦어졌지만 순수한 업무시간으로 따지면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가 하면 업무의 정도(精度)를 보면 거꾸로 떨어지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해이해지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하며 생긴 피로를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할까. 지나치면 외려 못 미치는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공무원들이 아침 일찍 출근해 회의도 하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로 사회 전반에 모범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규제를 줄이고 국민을 섬기고 기업을 돕는 일이 일찍부터 일하는 분위기와 보태져 가속화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나 피로에 겨워 섬겨야 할 국민이 짜증스럽게 여겨지거나 외형적인 형식에만 치우친 전시행정 위주로 흐른다면 문제다. 국민이 얼리버드의 진정한 수혜자가 돼야 하니까 말이다. 얼리버드의 폭과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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