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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에 맞선 신문기자의 운명은

[화제의 책] 운명의 인간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신원문화사 펴냄)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가 서로 충돌할 때 기자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일본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의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저자는 이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서 소설을 풀어낸다. 드라마 '하얀거탑'의 원작 소설로 국내에 잘 알려진 저자는 이번엔 자신의 '주특기'인 언론과 정치권력의 역학관계를 긴박감 있게 그려냈다. 저자가 책 서두에서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밝혔듯 일본 현대사에 큰 사건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 작품은 미국의 '오키나와 반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 반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은 일본의 오키나와 섬을 점령해 통치했다. 일본 내에 반미 감정이 높아지면서 양국은 오키나와 반환 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 닉슨 대통령과 일본 사토 총리는 1969년 오키나와 반환 및 비핵화에 관한 미ㆍ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이 오키나와 반환 협정이다. 하지만 오키나와 반환 공동성명 뒤에 '유사시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약속을 숨겨놓았다. 이른바 핵 밀약(密約)이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손에 다시 넘겨졌지만 미군의 전진기지라는 운명은 벗지 못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작가는 오키나와 반환을 둘러싼 외교 기밀문서의 누출에 관여한 죄목으로 체포ㆍ기소된 신문기자와 취재원이었던 외무성 여직원의 실화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했다. 이 스캔들은 '니시야마 사건'으로 불렸고 법원으로부터 결국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작품은 저자 야마시키 도요코가 무려 8년 동안 취재와 집필에 매진해 내놓은 역작이다. 원고지 3,400장에 달하는 대작으로 총 4권 중 1권이 먼저 국내 발간됐다. 작품의 줄거리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흥미롭다. 3대 일간지로 꼽히는 마이아사 신문의 정치부 기자 유미나리 료타가 주인공이다. 그는 수많은 특종을 터트리며 장래가 촉망되는 기자였다. 그는 1971년 봄 막바지에 달한 오키나와 반환 교섭을 취재하던 중 모종의 밀약이 이뤄질 것을 알게 됐고 고민 끝에 이를 폭로해 신문에 대서특필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을 기만한 밀약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기자와 미모의 여성 취재원 간의 개인 스캔들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한다. 신문기자 입장에서 이 소설을 평가하자면 현장감이 무척 탁월하다는 것. 기자로 오래 활동한 저자의 경험이 페이지 곳곳에 배어나며 독자에게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 권력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조작하는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각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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