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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냉혹한 시선으로…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다

고군분투하는 현대인 그린 연극 두편 '타바스코' '나는 형제다'

타바스코

나는 형제다

● 타바스코

쓰디쓴 실패 맛본 인생 루저들

삶의 의미 바꿔줄 견공 놓고 좌충우돌

● 나는 형제다

부조리한 사회서 번번이 좌절

테러리스트로 변해가는 형제 이야기


이따금 터지는 유머조차 쓰디쓰다. 무기력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군분투와 끊임없이 등장하는 장애물. 이 씁쓸한 현실과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린 연극 두 편이 잇따라 개막했다. 한 편은 웃음으로, 한 편은 잔인하리만큼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내 인생 바꿔줄 '개님'을 찾아서…극단 사개탐사의 '타바스코'=이 모든 게 '개' 때문이다. 극단 사개탐사가 선보인 연극 '타바스코'는 도그쇼 우승 직후 사라진 '타바스코'라는 개 한 마리가 20년 넘게 따분하고 변화 없는 삶을 사는 40대 중년 부부와 한물간 여배우, 추방과 차별에 아파하는 해외이주 노동자를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부는 우연히 데려온 타바스코가 무기력한 삶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 기대하며 개를 숨기는 데 급급하고, 연기도 결혼도 실패한 여배우는 타바스코를 찾는 일에서만큼은 실패를 맛보고 싶지 않다. 타바스코가 사라진 현장에 마지막으로 있었던 이주 노동자는 해고와 추방을 면하기 위해 개 수색에 발 벗고 나선다. 각자가 실패한 인생이요,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들이 그토록 집착하는 타바스코는 단순한 개가 아니라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이다. '개 찾는 일'이 점점 절박해지고, 찾으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가 한 데 뒤엉켜 좌충우돌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지만, 이내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온다.

지난 50년간 매년 창작희곡을 공모해 온 미국 유진오닐재단의 2014년 선정작으로,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너무 긴 테이크로 진행되다 보니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진다.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누가 테러리스트를 만드나…서울시극단의 '나는 형제다'=누가 그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었을까. 서울시극단의 연극 '나는 형제다'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거듭된 실패로 좌절하며 테러리스트로 변해가는 형과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동생의 비극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13년 체첸 이민자 출신의 형제가 주도했던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부모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만만치 않은 세상을 경험한 형제의 입에선 다른 말이 튀어나온다. "나보다 약한 것들 짓밟고 강한 놈들 뒤통수 치며 더 승승장구할 걸 그랬어." "우린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했어요." 연극은 실화 속 마라톤 대회 결승점을 영화관으로 바꾸었다. 형제는 이따금 영화관에서 만나 '모든 것은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이유 없이 쫓기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보는데, 이때 스크린엔 대화를 나누는 형제의 모습이 투사된다. 영화 속 부조리한 세상은 형제가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다. 반복되는 불행에 동생은 묻는다. "이건 영화야 현실이야?" 형은 대꾸한다. "우리가 성공하면 영화, 실패하면 현실."

극 중 배우들은 한 장면이 끝나면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뒤 정지 상태로 대기하며 다음 장면을 준비한다. 대본상 22번이나 등장하는 장면 전환을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한 신선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몰입과 공감을 방해하는 난해한 대사는 아쉽다. 선악에 대한 사전이나 철학서를 읊는 듯한 어려운 말들이 많아 장면이 넘어간 뒤에도 앞의 대사를 되새김질하는 경우가 많다.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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