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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3월 27일] 프라하의 위기

파이낸셜타임스 3월 25일자

전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져든 가운데 미레크 토폴라네크 총리가 이끄는 체코 정부가 붕괴됐다. 유럽연합(EU)의 순회의장국인 체코 정부가 쓰러짐에 따라 다음달 2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앞두고 EU의 정책조율 기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통합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발효 가능성은 불투명한 지난 2007년 리스본 조약에 언급됐듯 보다 장기적인 EU 대표가 필요함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체코뿐 아니라 헝가리 총리도 며칠 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이 같은 정부 붕괴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 헝가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하에 있는데다 체코보다 경제력이 강하지 못하다. 비록 체코가 최근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말이다. 공은 유럽통합의 회의론자로 잘 알려진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클라우스 대통령은 토폴라네크 총리나 다른 인물이 이끄는 과도내각을 구성해 오는 6월 스웨덴이 차기 EU 순회의장국이 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EU위원회에 소속된 인물들 중에서 선거를 통해 적임자를 찾는 것이 연속성의 측면에서 보면 더 좋은 방법이다. 연속성에 대한 의견은 여러 EU 통합론자들이 주장해왔다. 경제위기 이전부터도 체코의 허술한 순회의장국 노릇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보다 장기간동안 EU 대표역을 맡을 수 있는 체제의 필요성이 논의된 것이다. 물론 EU 대표란 커다란 과제를 수행하기보다는 회원국 간의 사소한 조율을 주로 떠맡는 역할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체코는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 리더십의 부재는 앞으로 몇달간 더 심화될 터이다. 6월에는 유럽의회의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고 유럽위원회(EC) 위원들도 곧 5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전세계가 귀를 기울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유럽을 대표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리스본 조약을 떠올릴 때다. 유럽은 리스본 조약에 언급된 것처럼 유럽 대통령직을 신설해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위기를 맞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유럽 대표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은 이 문제를 미뤄둘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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