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상황에서 유럽을 방문 중인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은 유로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대해 내수 확대를 거듭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ECB 이사회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독일은 완화 기조 확대에 반대해 왔다.
유럽연합(EU) 통계청(유로 스타트)은 7일(현지시간) 유로 지역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12월 연율 기준 0.8%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0.9%보다 위축된 것이다.
변동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는 지난해 12월에 0.7%로, 이 기준 산정이 시작된 2001년 1월 이후 최소폭에 그쳤다.
BNP 파리바의 켄 워트렛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로 인플레) 수치가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일반과 근원(인플레) 수치 모두가 안심할 수 없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워트렛은 “더욱이 내림세도 완연하다”고 경고했다.
유로 디플레 추세가 ECB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점도 지적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예상하는 것보다 소비자 인플레 둔화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최신 수치가 예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지난해 12월 회견을 상기시켰다.
드라기는 당시 “(유로 인플레 둔화가) 앞으로 몇 달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아직은) 디플레 위험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의 독일 슈피겔지 회견에서도 “ECB가 당장 조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ECB가 디플레 견제를 위해 ‘지금까지 할 만큼 했다’는 점을 드라기가 시사해왔다고 전했다.
FT와 저널은 따라서 드라기가 9일 ECB 이사회 후 회견에서 디플레 위험을 타개하기 위한 ‘필요한 수단들’을 갖고 있음을 거듭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2개월 전 기록적으로 낮은 0.25%로 인하된 조달 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것과 ECB에 대한 시중은행 예치 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낮추는 것이 포함된다고 저널은 전했다.
이밖에 ECB가 2년 전 실행했던 장기 저리 자금 공급을 재개하거나 미국과 일본처럼 국채와 회사채를 유통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극약 처방’에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등이 여전히 강하게 반발해 실행이 쉽지 않은 것이 드라기의 한계라고 FT는 지적했다.
JP 모건의 그레그 푸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로 지역) 성장과 인플레를 충격적으로 약화시키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ECB가 (현 단계에서는) 더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디아의 앤더스 스벤센 애널리스트도 “ECB가 이번에 금리를 (더)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반면 “이사회 내의 ‘비둘기 견해’는 확산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루 장관은 7일 파리에서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산업장관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유로 지역의) 일부 국가가 역내 다른 나라보다 내수를 더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FT와 로이터는 그가 나라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독일이 내수를 확대하도록 사실상 강하게 압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독일의 과다한 경상 흑자가 유로 지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더 균형 있고 광범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좁히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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