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조카들은 EBS를 거의 보지 않는다. 초·중학생을 위한 교육서비스가 양과 질에서 사교육사이트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기관은 앞다퉈 진학컨설팅을 제공하며 학부모들이 지갑을 열게 한다.
하지만 EBS는 교육청ㆍ교육과정평가원ㆍ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협력하며 충실한 진학컨설팅을 할 수 있는데도 아예 엄두를 못 낸다. 대학생ㆍ성인이 공무원시험ㆍ교원임용고사ㆍ대학편입 준비를 위해 노량진 학원과 '인강(인터넷강의)'에 돈을 쏟아붓지만 EBS에는 이런 서비스가 아예 없다. 직업능력개발 콘텐츠도 거의 없다. 조금 있어도 한 마디로 '비싸다'. 이런 상태에서 초·중학생 사교육비는 줄지 않고 대학생·성인 사교육비는 점점 커진다.
돈 없어 인프라 투자 엄두 못내
EBS 관계자들에게 여러 제안을 해도 자금이 부족하다고 한숨짓는다. 30년 동안 동결된 KBS 수신료 2,500원 중에서 EBS에 배분되는 돈이 3%인 70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세상에 '3%, 70원'이라니. 소리 높여 교육입국을 외치던 정치인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교육의 중요성을 그렇게 외치던 공영방송 KBS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율이 보통 20% 내외고 다른 나라 주요 공영방송의 교육문화채널 재원배분율을 보면 영국 BBC가 29%, 일본 NHK는 20%, 프랑스는 16%를 배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KBS는 교육방송의 중요성을 '3%'로 보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니 KBS 이사회는 수신료 6,500원 인상 및 광고 전면폐지, 수신료 4,600원 인상 및 광고 비중 20%로 제한 등 두 가지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한창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어느 방안이든 수신료 중 EBS에 배분되는 비율이 최소 2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 기준은 주요 국가 사례나 교육예산 비율 등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비율이다. 만약 KBS 수신료를 인상하기 어렵다고 해도 정치권은 기존 수신료와 별도로 교육방송 수신료 1,000원을 신설해 합산 징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BS 수신료 1,000원에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돈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나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학습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과거의 수신료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수신료 인상해 교육복지 실현을
수신료가 증가한다면 EBS는 전국민의 평생학습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선구적 역할을 해야 한다.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한 초·중학생 지원사이트 구축, 모든 학습자를 위한 학습관리시스템 정착, 충실한 진학컨설팅 서비스까지 도입해야 한다. 교양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면서도 대학생과 중산층·서민을 위한 공무원임용ㆍ교원임용ㆍ대학편입 대비 교육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학부모를 위한 서비스도 확대해야 한다. 연령대별로 다양한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국민의 평생학습과 구직을 도와야 한다. 그야말로 모든 연령대의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KBS 이사회만이 아니라 이 땅의 정치인·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을 위한 큰 비전을 꿈꾸며 실현해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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