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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시때도 필요한 대-중기 상생

"대기업 관련 계약 보도자료 한번 잘못 냈다가 매일 온갖 포털 사이트에 뜬 기사를 지우느라 3개월 이상을 고생했습니다" 얼마 전 한 중소형 상장사의 기업홍보(IR) 담당자는 기자를 만나 이렇게 푸념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와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홍보용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가 "함부로 해당 회사 이름을 홍보에 이용했다"는 이유로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쓴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 담당자는 혹시나 어렵게 성사시킨 계약이 파기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3개월 동안 본업무까지 모두 제쳐두고 관련 내용이 포함된 기사, 블로그ㆍ까페 글을 지우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대기업과의 계약 내용을 잘못 발설했다가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은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분명히 취재 과정에서 모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하고는 뒤늦게 기사가 나간 뒤 "해당 대기업 이름만큼은 빼달라"고 사정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부지기수다. 대부분의 중소형 상장사 입장에서는 그 어떤 소식보다도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주가에 최대 호재로 작용한다. 계약 상대방이 거대 기업일수록, 계약규모가 크거나 장기일수록 그 영향이 큰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그것이 수년 동안 투자자들의 기대를 업고 개발에 성공한 신기술과 관련된 사업이라면 그 이상의 호재는 없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중소기업이기에 되도록 대기업과의 계약 건이 성사되면 주가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려는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특히나 최근처럼 중소형주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때일수록 IR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의 압력이다. 이미 특별한 홍보활동이 없어도 시장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기업들은 하청업체들의 홍보활동으로 자신들이 의도한 것과 관계 없는 보도가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또 다른 중소형 상장사 관계자는 "대기업 쪽에서 보도된 계약 사실을 인터넷에서 모두 삭제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주는 법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기업 입장에선 전체 사업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계약이라도 중소기업 입장에선 회사의 사활을 건 비전이 될 수도 있다. 거대담론으로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에서부터의 실천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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