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선장 이씨를 세 번째로 소환, 조사를 벌였다.
이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우선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위반죄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본부는 또 이씨가 승객들이 대피하기 전에 배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보고 당시 영상을 확보,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 선원법에는 선장은 승객이 모두 내릴 때까지 배에 남아야 하며 위급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치를 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또 당시 가장 위험한 수로에서 선장 이씨가 아닌 항해사가 조타키를 직접 잡고 운항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징역 5년 이하의 금고(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지만 사상자가 여러 명일 경우 최대 징역 7년6월까지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직무유기 등 선원법을 위반했다면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문제는 이 선장이 혼란스러워하는 승객들에게 최소한의 구조조치도 없이 혼자 살려고 탈출하는 바람에 최악의 참사가 예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는 더 중한 처벌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는 점이다. 여론으로 죄를 단죄할 수는 없지만 수백 명의 목숨이 달린 사안인데 징역형 정도로는 이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월호 탑승자 475명 중 70%가 학생들로 해상재난에 무방비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더 선장으로서 의무를 다해 이들을 구하는 데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부에서도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선장이 배에 남아 승객들을 출구로 안내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저버리고 배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에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1991년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조카를 유인해 함께 걷다가 물에 빠진 조카를 구하지 않은 A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검찰의 판단을 받아들여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1977년에 발생한 이리역 폭발 사고에서도 검찰은 열차 안에 있던 폭발물을 관리하던 B씨가 초를 켜고 자다 다이너마이트 상자 3개 위에 불이 붙었음에도 진화하지 않고 도망친 것과 관련해 B씨의 행위를 사실상 살인으로 보고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은 폭발물파열죄로 기소했고, 결국 B씨는 10년형을 확정 받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살인죄 적용이 쉽지는 않겠지만 이 선장이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먼저 도망갔다면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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