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 무지·태만함이 낳은 유권자의 악수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

리처드 솅크먼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어휴, 세금만 축내는 사람들. 누가 '저 인간'을 뽑은 거야." 애석하게도 '그 인간'을 뽑은 건 다수의 국민이다. 우리는 선거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패턴을 목격하고, 경험하고 있다. 많은 표를 받아 당선된 정치인 중 상당수는 의정활동을 하며 비상식적인 정책이나 행실로 도마에 오르고, 때론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 집단을 배반한다.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 악수(惡手)였음이 드러나고 그를 반대했던 진영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며 공세를 퍼붓는다.

'정치인들이 다 그렇지.' 씁쓸한 행태가 되풀이되는 동안 국민은 정치인의 무능과 실망만을 이야기한다. 그들을 뽑은 것은 과연 누구인가를 말하는 이는 많지 않다.

저자는 9·11 사태 이후 부시 정부의 전횡과 이를 가능케 한, 정부의 선전·선동에 무방비로 속아 넘어간 미국 국민들에 대한 실망을 지적한다. 미국 정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수많은 우민화 장치 속에 선택의 방해를 받거나 악수를 놓는 유권자의 문제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책은 어리석은 유권자의 특징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 소개한다. 첫째는 완전한 무지. 뉴스의 주요 사건을 모르고 정부의 기능과 책임도 모른다. 예컨대 1975년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0%가 '공무법(Public Affairs Act)'에 대해 견해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안타깝게도 공무법은 여론조사 요원들이 만들어 낸 것일 뿐,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법이었다. 이 밖에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를 찾는 일에 소홀한 '태만함'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우둔함', 국가의 장기 이익에 반하는 공공정책을 지지하는 '근시안적 사고'와 두려움과 희망을 이용한 정치 선동에 쉽게 흔들리는 '멍청함'이 어리석은 유권자의 특징으로 제시됐다. 이 다섯 가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유권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는 "멀쩡한 사람도 어리석게 만드는 오늘날의 선거 풍토에서 우리가 완전히 현명해지기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중요한 건 이런 맹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무지를 직시하는 것. 유권자의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언론 역시 국민이 특정 사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뿐만 아니라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조사 결과를 실어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국민은 현명한가'라는 질문을 늘 던지는 것이 어리석은 투표를 줄이고 현명한 유권자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기본이다. 1만 4,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