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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머독

찰스 왕세자 등 왕실인사 뒷조사 이어 브라운 前 총리 해킹사실 속속 드러나<br>美 사업체 뉴욕포스트등에 악영향 촉각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80ㆍ사진)이 제대로 수렁에 빠졌다. 폰 해킹 파문에 휩싸인 '뉴스오브더월드(NoW)'를 폐간하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도 잠시, 이번에는 그가 소유한 언론사의 새로운 해킹 사실과 함께 영국 왕실 인사들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돈거래 혐의까지 불거져 나왔다. 이번 사건은 영국 뿐 아니라 머독의 최대 사업장인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머독의 미디어 제국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NoW'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왕실 출입기자가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왕세자 등 10여명의 왕실인사들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왕실 경호 경찰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07년 1월 왕실 휴대전화를 해킹한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당시 왕실출입기자 클리브 굿먼이 편집장이었던 앤디 쿨슨에게 경찰에게 건넨 돈을 청구하기 위해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밝혀졌다. 현재 경찰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또 다른 신문사 선데이타임스도 고든 브라운 전 총리의 전화기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이 신문이 브라운 전 총리가 재무장관이던 시절부터 총리로 재임할 때까지 10여년에 걸쳐 그의 은행 계좌와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가족의 의료 기록까지 수집해왔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머독의 폰 해킹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그의 최대 시장인 미국으로까지 번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의 한 시민단체는 미 의회에 뉴스인터내셔널 기자들이 미국인들의 전화를 해킹했는지 조사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외국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뉴스코퍼레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특정 시점에 이르면 머독의 미국 내 미디어 사업체에 대한 정밀조사 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며 "특히 뉴스코퍼레이션의 미국판 타블로이드인 뉴욕포스트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독이 영국 정치인들과 부적절한 관게를 맺은 것처럼 미국에서 Fox뉴스와 공화당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BBC방송은 "머독의 미디어 제국의 수입 대부분은 그가 가장 크게 사업을 벌이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Fox TV'에서 나온다"며 "이번 사태가 그의 미국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실제 뉴스코퍼레이션의 연간 매출액 327억달러 가운데 신문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61억달러에 불과하며, 앞서 폐간된 'NoW'의 경우 연 매출액은 16억달러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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