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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님 삼겹살 좋아하십니까?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회식 자리에 빠지지 않는 삼겹살처럼 회사에 꼭 필요한 직원이 되겠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리스닝 퍼슨’이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 때문입니다. 경영지원팀에서는 꼭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3일 오후 2시 서울 청파동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의 한 강의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여학생 5명이 나란히 앉아 모의면접을 치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과 비전을 면접관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영어 문장을 동원하거나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이날 모의면접은 숙명여대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졸업생들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 1학기부터 도입한 ‘학사후 과정(Post-Bachelor Program)’ 맞춤형 진로준비과정 중 하나로 열렸다. 25명의 졸업생들이 참여했다. 졸업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미지메이킹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에 대해 집중 지도를 받았다. 면접클리닉에 참가한 박보람씨(25)는 “호텔이나 항공사에 입사하고 싶은데 얼마전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면서 “내게 뭔가 부족한 게 있구나 싶어 진로준비과정을 듣게 됐는데 학부생 시절에 들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모의면접에서는 자기소개를 끝맺지 못하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긴장한 탓이기도 하지만 취업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외부 강사의 생각은 달랐다. 면접클리닉을 주관한 CS솔루션의 최정아 대표는 “준비가 덜 돼 있다기 보다는 좁아진 취업문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매우 혼돈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원서를 내도 면접조차 못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자신감도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9명이 참가한 모의면접에서 ‘면접 퀸(queen)’으로 뽑힌 이진수씨(23)는 “올 들어서만 25곳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면접을 본 곳은 2곳 뿐이었다”며 “졸업 이후 취업이 안돼 지쳤는데 ‘학사후 과정’으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일현 학사지원팀장은 “직무능력을 키우는 등 취업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졸업한 뒤 취업할 때까지의 공백기에 소속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면서 “학사후 과정이 없어져도 좋으니 졸업생들이 빨리 직장을 잡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숙명여대의 학사후 과정은 전공심화과정, 맞춤형 진로준비과정, 인턴과정 등 3개 과정으로 이뤄진다. 졸업생들은 3개 과정을 최대 2학기, 한 학기 최대 3과목까지 들을 수 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전공심화과정 50여명, 맞춤형 진로과정 718명(중복 수강생 포함), 인턴과정 201명이 수강하고 있다. 전공심화과정을 신청, 2과목을 듣고 있는 김민수씨(23)는 “졸업하기 전에는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는데 다들 취업을 못하니까 오히려 요즘은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다”면서 “상반기에 못하면 하반기까지 가야 하는데 취업 공백기를 메우는데 학사후과정은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달 조교 채용을 늘리고 졸업 뒤에서 학교에 남아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앞으로 학사후 과정을 시행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가에서 ‘학사후 과정’ ‘캠퍼스 스테이’가 일상용어처럼 쓰일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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