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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3월 13일] 한식 세계화하려면…

조리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2009년의 가장 큰 화두는 '한식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동차ㆍ선박 또는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 산업 위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패러다임이 우리나라 음식과 문화를 중심으로 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화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식 세계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 주도적 노력이나 조리인들 또는 기업가들의 노력을 요구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내부적 문제보다는 이미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간파하고 자본ㆍ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해나간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 우리음식 제대로 알리기 나서야 이들 기업 중 특히 일본 기업들의 활동이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선두에는 일본 내 1,000여개에 달하는 점포를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20여개의 가게를 내 영업망을 세계화하고 있는 '규카쿠(牛角)' 같은 기업이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일본식 식당인데도 한국 고유의 음식인 갈비ㆍ비빔밥ㆍ김치 등을 주력 메뉴로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영업형태로 외국 체인점의 종사원들 역시 이 음식을 일식으로 안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 활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 한국 문화를 시나브로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한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중에서 특히 '스타셰프양성프로그램'이나 '향토음식전문가과정' 등을 비롯해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한 인력 양성에 주력하는 것은 지금까지 유명인사를 통한 행사 중심의 사업과는 달리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료된다. 이유는 한식 세계화에 가장 시급한 부분이 전문인력 양성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은 정부ㆍ민간이 협력해 식문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일본음식의 다양한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더 앞서나가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를 세워 외국에 개업하는 이탈리아 식당에 인력을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가까운 태국의 경우 20년 전인 1990년대부터 타이 음식을 글로벌화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행해 음식 표준화는 물론, 요리 사교육과 태국음식점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 정부도 2010년과 2011년간 700억원 이상을 한국음식 세계화에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성급함을 버리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한식 세계화라는 나무를 키우기 위해 조심스럽게 씨앗과 묘목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어린 묘목은 다양한 양분과 보살핌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다. 금방 심은 어린 나무에서 열매를 따려는 어설픈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가지도 잘못 치면 나무가 죽거나 열매를 기대하기는 묘연할 것이다. 해외진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 나라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해 자리매김하는 것은 자동차ㆍ반도체 등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유는 한 나라의 음식에는 그 나라의 오랜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에 편리성이나 가격 등과 같은 논리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쪼록 정부와 전문가 집단, 그리고 120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조리인들이 서로 힘을 합쳐 오랜만에 국가의 미래전략으로 삼은 한식 세계화가 몇 번의 행사나 비용만 낭비하고 끝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2010년 아니면 10년 후가 되더라도 이와 관련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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