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의 문화예술 분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양국 예술인들이 힘을 모은 무대작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 예술을 만나볼 수 있는 '한일 전통가무악 축제'를 23일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 25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연다. 국립국악원과 일본국제교류기금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한일 신시대: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라는 주제로 올해 국립국악원 개원 60주년을 기념하는 '아시아권 국제 교류 공연'의 두 번째 무대다. 국립국악원이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전통 '남창가곡', '여창가곡'과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처용무'와 '학춤'을 무대에 올린다. 이에 화답하는 일본은 샤미센(일본의 전통 현악기)을 반주로 하는 일본의 전통성악 '나가우타'와 1762년 에도에서 초연된 가부키 무용인 '사기무스메'를 무대에 올린다. '사기무스메'는 샤미센과 북의 반주음악에 맞춰 무용수가 무대에서 의상을 여러 번 바꾸어가며 춤추는 일본의 전통 무용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연극 한 편도 관객들을 찾아온다. 재일동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 씨의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이 오는 3월 9~2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오른다. 지난 2008년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각각 개관 20주년과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공연한 작품이다. 당시 요미우리연극상 대상, 기노쿠니야 연극상 등 양국의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1970년말 일본 간사이(오사카) 지방의 쓰러져 가는 조선인 부락의 재일동포 용길이네가 운영하는 곱창집 '야끼니꾸 드래곤'이 배경이다. 가게 주인인 김용길은 태평양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고 한국전쟁에서 아내를 잃었다. 그 후 현재의 아내 영순을 만나 전처 사이의 자식인 시즈카, 리카, 영순이 데려온 미카, 영순과의 사이에서 낳은 도키오와 함께 살고 있다. 작품은 이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재일동포의 일상과 고민을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정의신 연출은 "양쪽에 다 속해 있으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가 '재일(在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이 '재일 한국인'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무대에 올랐던 신철진, 고수희, 박수영, 김문식, 주인영 등 대부분의 배우들이 지바 테츠야, 아와타 우라라 등 일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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