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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 감동시킨 장군의 권총
해병대 사령관 장군용 대신 대신 K-5 휴대 작전 지도
병사·네티즌 ‘해병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찬사
“한국군 장군단의 실전전 사고 배양 계기 되기를”
<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한 장의 사진이 군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화제의 중심은 장군의 권총. 지난 5일 서북도서 최전방 연평부대를 찾은 이영주 해병대 사령관은 낯선 무장을 선보였다. 가슴 부분을 덮은 방탄조끼 위에 국산 K-5 권총을 부착한 것. 실전 경험이 풍부한 미군은 아무리 고위 장성이라도 훈련이나 전선에서는 대형 권총(M9 베레타·952g)를 휴대하지만 한국군 고위 장성의 K-5 권총 무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안이다.
장군용 가죽 요대(腰帶)에 작고 가벼우며 총신이 짧은 미국제 콜트 38 구경(598g) 권총을 휴대하는 게 몸에 밴 한국군에서는 채명신 전 주월한국군 사령관 이후 최초 사례에 해당된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의 영웅이며 유언에 따라 병사 묘역에 안장돼 국민적 존경을 받는 채명신 장군은 현역 시절 장군용 권총을 마다하고 크고 무거운 미국제 콜트 45구경 M-1919 권총(1,105g)을 휴대하고 전선을 누볐다.
형식보다 효용성을 중시하는 실전형 사고는 이영주 사령관으로 맥이 살아났다. K-5 권총은 낡은 콜드 45구경 권총을 대체하기 위해 지난 1989년 대우정밀(현 S&T 모티브)이 개발한 국산품. 무게 800g으로 비교 대상인 미국제 M9 베레타 권총보다는 경량이지만 오랫동안 허리에 차면 요통을 유발할 만큼 무겁다. 젊은 장병들보다 나이가 많은 장성들에게 가벼운 38구경 리볼버를 지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38구경은 장탄수가 5발에 불과하고 사거리도 짧다. K-5 권총은 사거리가 38구경보다 길고 장탄수도 12~13발을 자랑한다.
이영주 해병대 사령관은 후방에서의 일반 행사에는 장군용 요대와 38구경 권총을 휴대하지만 전방 시찰이나 작전지도에 나설 때면 K-5로 무장하는 게 원칙이다. 지난 11월 10일 호국훈련 첫날 백령도에서의 작전지도 당시에는 다리에 K-5 권총집을 부착한 레그 홀스터(Lag Holster)을 착용해 시선을 끌었다. 연평부대에서 방탄조끼 위에 부착된 K-5 권총으로 무장함으로써 장성의 전투용 권총 착용은 해병대의 전통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병사들과 군사 동호인들은 여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유용원기자의 군사세계’의 ‘겨울하늘’ 회원은 “비전시에 대한민국 장성이 전투병 복장과 동일하게 순시하는 거 처음 본다”며 “방탄복에 결합된 K-5홀스터…전쟁이 나도 사령관은 우릴 버리지 않겠다는 게 느껴진다”고 평했다. 아이디 ‘2.2대대’ 회원은 “사령관이 저린 식으로 솔선한다면 바라보는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충성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듯”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서북도서방어사령관을 겸임하는 이영주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 6여단장 재임시 실전형 기동사격술을 창안하고 해병 1사단장 시절에는 새벽부터 장병들을 훈련시키는 등 한국군에서 보기 드문 실전형 장군”이라며 “한국군 장군들의 실전형 문화가 자리잡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장군단이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질책받은 직후인 지난 2010년말 김상기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 ‘38구경 대신 k-5를 착용하라’는 e-메일 서신을 발송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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