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무정부 상태입니다. 방통위나 미래부의 경고는 안중에도 없어요."
휴대폰 판매점들이 대거 모인 테크노마트의 한 판매점 직원이 털어놓은 말이다.
지난 20일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 재개되자마자 예상대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점유율 하락에 위기를 느낀 한 이통사가 영업재개 직후 60만~80만원의 보조금을 뿌려대자 경쟁사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최신폰인 갤럭시 S5가 10만~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보조금 전쟁이 재연된 셈이다. 공식 통계로도 확인된다. 20일부터 사흘간 이통시장에는 일 평균 5만건의 번호이동이 발생했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전쟁의 징후는 이전부터 감지됐다. 19일까지 영업을 못했던 모 이통사는 판매점들에 '20일 000사가 기다려지는 세 가지 이유'라는 문건을 배포했다. 문건에는 '일주일만 참으면 판매점도 고객도 모두 좋다'는 등의 구호와 함께 "영업이 재개되면 이통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는 내용의 신문기사 제목이 첨부됐다. 언론보도의 '객관성'을 빌려 우회적으로 '보조금 살포'를 암시함으로써 타사 영업을 방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주무부처인 방통위나 미래부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이통 3사 임원들을 불러 한차례 경고한 것이 전부다. 사실 정부의 무능함은 지난 68일간의 영업정지 기간에도 확인됐다.
당시 영업정지기간에도 이통업체들은 불법 보조금 살포와 예약가입·상 비방을 일삼았지만 정부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통위와 미래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한다. 방통위는 "이번 영업정지는 미래부가 내린 만큼, 해당 기간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치는 미래부 소관"이라며 손을 놓았고 미래부는 "불법 보조금은 방통위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뤘다는 전언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올해 초 "불법 행위를 지속할 경우 최고경영자 형사고발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제 이 경고를 실천에 옮길 때다. 더 이상 행동에 옮기지 않을 경우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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