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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가 화두가 된 지 반 년이 훌쩍 지났다. 물론 짧은 기간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사용 빈도나 관심도가 줄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0여년 전 슘페터(J.A. Schumpeter)의 경제발전에 대한 논의는 지금의 창조경제 활성화에도 활력을 찾아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슘페터는 경제발전이란 갖고 있는 자원을 투입해 그저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목적을 위해 새로운 수단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새로움, 즉 창조혁신이 곧 경제발전이며 그 원동력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핵심 명제로 연결된다. 창조의 한자를 보더라도 곳간(倉)에 있는 칼(刀)들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융합해 새롭게 활용하거나, 창고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파괴적 혁신(創)을 의미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슘페터는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철도가 되지 않는다'는 비유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ㆍ기술적 발명(invention)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현업에 적용해 혁신(innovation)하는 힘을 중시한다. 그가 말한 창조혁신은, 주어진 자원을 새로이 배치ㆍ결합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찾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본주의 엔진을 가동시키는 근본 동인은 새로운 소비재, 새로운 생산 및 수송방식,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사업조직 등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전통적인 영농에서 기계화 영농, 숯불 용광로에서 현대적 용광로, 수차에서 현대적 발전소, 우편마차에서 비행기 등 산업적 돌연변이가 일어났다. 이것이 바로 내부로부터 끊임없이 경제구조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낡은 것을 파괴하며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창조혁신의 과정이다.
또한 슘페터는 자원보다는 창조적 파괴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기업 환경, 즉 법ㆍ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강력한 소유권, 자유무역, 적정조세, 일관성 있는 규제 등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기업가들이 창조혁신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슘페터의 '철도', 다시 말하면 새로운 발전 동력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것이 창조경제가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혁신이란, '고른 시간차를 두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때 한꺼번에 불연속적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슘페터의 경제발전과 창조혁신에 대한 생각과 주장이 다시금 우리나라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노력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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