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이웃나라로서 지난 2008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가입한 키프로스는 그리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덩달아 재정위기를 겪어왔다. 자국 은행들이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프로스의 그리스 국채 관련 손실액은 30억유로에 육박해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1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소스 시알리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최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인 사피엔타의 피오나 뮐렌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했다면 그리스에 물린 자산이 모두 증발해 키프로스에 100억유로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경우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자금요청을 해볼 겨를조차 없이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키프로스가 일단 시간을 벌었을 뿐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키프로스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이달 말로 제시한 은행 자본확충 마감일까지 총 18억유로를 마련해 자국 2위 은행인 키프로스포퓰러뱅크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키프로스에서 금융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스텔리오스 플라티스 사장은 "일단 최악의 국면은 넘겼지만 키프로스 은행들이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는 등의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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