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강호 러시아와 1대1로 비긴 한국 축구대표팀은 19일 국제축구연맹(FIFA) 전세기편으로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로 돌아왔다. 대표팀은 4시간 휴식 뒤 인근 플라멩구스타디움에 모여 몸을 풀고 조리팀의 특별식인 김치찌개와 소고기구이로 영양을 보충했다. 20일에는 안톤 뒤샤티니에(네덜란드) 전력분석코치가 작성한 알제리 관련 자료를 기초로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뒤샤티니에 코치는 '러시아·벨기에통'이지만 월드컵 개막에 앞서 2주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알제리와 루마니아의 평가전(2대1 알제리 승)을 직접 관전하며 강약점을 파악했다.
무승부도 나쁘지 않았던 러시아전과는 달리 알제리전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벨기에에 1대2로 져 물러설 곳이 없는 알제리나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싫은 한국이나 무조건 승점 3을 챙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H조 최강 벨기에를 수비 위주로 상대했던 알제리는 본연의 공격축구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되고 살얼음 같던 러시아전에서 1골씩을 주고받아 몸을 달군 한국도 방패보다 창을 들이밀 태세다. 월드컵 2회 연속 16강 달성의 분수령이 될 알제리전은 23일 오전4시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시작된다.
◇"알제리 빠르다" 한목소리=스피드와 스피드의 대결이다. 러시아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주장이자 홍명보호의 섀도 스트라이커인 구자철(마인츠)과 왼쪽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 등 대표팀은 하나같이 알제리의 강점으로 스피드를 꼽았다. 러시아전 최우수선수 손흥민은 "알제리 선수들은 빠르고 특히 공격적인 면에서 위협적"이라며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준비하면 특별한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손흥민 자신도 스피드에 있어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팀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특히 드리블할 때의 속도가 공 없이 뛸 때와 거의 같다. 왼쪽 수비수이면서도 공격수처럼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돋보이는 파우지 굴람(나폴리)과 주력 대결도 지켜볼 만하다. 이 경기 결과가 측면 공략에 달렸다는 분석이 많은 것도 손흥민과 굴람의 스피드와 돌파력이 경기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선수들 모두 경우의 수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알제리를 이겨야만 16강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첫 경기에서 승점을 따고 끝냈다. 알제리전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알제리도 이날 상파울루 인근 소로카바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1차전에서 졌다고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흰 조끼' 박주영의 역할은=스트라이커 박주영(아스널)은 선발진을 의미하는 조끼를 입고 훈련에 참가해 2차전도 선발출전이 확실시된다. 러시아전에서 슈팅 없이 후반 11분 만에 교체된 박주영은 회복 조와 다른 훈련을 소화했다. 풀타임을 뛴 기성용(스완지), 한국영(가시와 레이솔) 등이 가벼운 조깅과 순발력·유연성 회복훈련으로 약간 땀이 날 정도에서 멈췄다면 박주영은 실전처럼 많은 땀을 쏟았다. 러시아전을 뛴 회복 조 선수들과는 반대편에서 백업 선수 조에 끼어 5대5 미니게임을 소화했다. 혼자 흰 조끼를 입은 박주영은 공이 상대편으로 넘어가면 그 팀 소속이 돼 계속 공격만 했다. 1차전에서 박주영은 전방에서 많이 뛰어주면서 러시아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공격으로 맞불을 놓아야 할 알제리를 상대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표팀에 합류할 때 밝힌 각오처럼 골로 말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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