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아파트에 사는 사업가 김모(56)씨는 최근 틈만 나면 집 근처 중개업소를 찾는다. 1년 7개월가량 전에 내놓은 아파트가 도무지 팔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를 준비하며 좀 더 저렴한 집으로 옮겨갈 계획을 세운 김씨는 지난 2009년 11월 이미 경기 일산 인근에 새로운 주택을 마련해 둔 상태. 만약 11월까지 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한시적 1가구 2주택자 적용을 받지 못해 꼼짝 없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씨는 "당초 8억2,000만원 선에 내놓았던 집의 가격을 7억원까지 낮췄지만 보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라며 "곧바로 매각될 거라 생각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내는 바람에 월 200만원에 달하는 예상치 못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데 앞으로 5개월 내에 집이 안 팔리면 1억원에 달하는 양도세도 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침체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의 한숨이 깊다. 특히 한시적 1가구 2주택자 일부가 오는 9월 양도세 2년 면제시한을 넘겨 양도세 폭탄을 맞을 위기에 봉착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시적 1가구 2주택자 상당수가 2009년 9월 거래침체 본격화 이후 2년 가까이 집을 못 팔고 있다. 한시적 1가구 2주택자는 2년 이내에 집을 팔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2주택자가 된 지 2년 안 된 한시적 2주택자의 경우 두 번째 주택을 산 뒤 2년 이내 첫 번째 집을 매도하지 못하면 양도소득에 대해 일반세율 6~35%가 적용되는 양도세 과세 대상이다. 다만 2012년 말까지 유예된 양도세 중과(50%) 대상에서는 배제된다. 정부는 2009년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강남3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그 다음달 은행 등 1금융권에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각각 확대했다. 이때부터 주택거래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고 집값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시적 2주택자들이 그동안 주택 매도시기를 놓쳤다. 거래침체가 길어지면서 집을 팔지 못한 한시적 2주택자들의 양도세 관련 세무상담 의뢰도 요즘 부쩍 늘었다. 이에 따라 이런 2주택자들의 매물이 9월까지 대거 시장에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종필 세무사는 "집이 너무 안 팔리는데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야 할지, 아니면 양도세 낼 걸 감안하고 좀 더 가져가야 할지가 이들의 주된 고민"이라며 "양도차익이 많은 경우 값을 좀 낮춰서라도 기간 내 파는 게 이익이라고 조언하지만 집주인들 입장에서 5,000만~6,000만원씩 가격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수도권 거래침체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시적 2주택자들이 결국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제도의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이 물거품이 되고 거래침체가 지속돼 한시적 2주택자가 내년 말까지 집을 팔지 못할 경우에는 양도소득의 50%(중과세)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수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데다 별다른 거래량 반전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를 예정하고 있다지만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최소한 중과세 부과만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시적 2주택자가 2년 다 되도록 집을 못 파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침체 지속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 건수를 살펴보면 DTI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2009년 말부터 현재까지 서울 지역의 거래량은 월평균 3,000~5,000건에 그치고 있다. 2006년 11월 서울의 실거래 건수가 2만 건이 넘었던 것과 비교해 20%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주택 규모별로 1년에 불과 대여섯 건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의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전반적인 거래량이 줄어든데다 대부분의 거래도 입지 좋은 알짜 재건축이나 대규모 브랜드 아파트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단지 규모가 작거나 별다른 호재가 없는 지역의 중견건설사 아파트는 1년에 한 건도 거래가 안 되는 아파트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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