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지역 경제계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울산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고향으로 롯데그룹이 수 천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사업이 잇따라 계획돼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관광과 유통사업이 표류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울산의 관문인 KTX울산역 전면 7만6,000㎡ 부지에 4,600억원 규모의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초에 울산시에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로 울산 역세권에 대한 투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는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대형 아웃렛 건립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부산, 경남 등 지역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복합환승센터는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KTX울산역세권의 주요 시설로 전체 역세권 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은 또 6년간 중단됐던 북구 강동워터파크와 리조트 공사도 올 하반기에 착수할 계획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하고 북구 정자동 일대 10만8,985㎡에 전체면적 9만9,100㎡의 리조트·워터파크 공사를 재개해 2017년 말 개장하기로 했다. 강동리조트는 2007년 2월 착공했으나 경기 불황 등으로 2009년 공정 37% 상태에서 중단되면서 6년째 방치됐다. 그러다 지난해 말 김기현 울산시장을 비롯해 정갑윤 국회부의장, 이채익 국회의원 등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면서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롯데건설과 최초 사업 시행자가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6월에는 이 사업 시행자가 롯데건설 등을 상대로 총 600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에 휘말리면서 주춤하고 있다.
롯데가 계획하고 있는 두 곳은 울산의 산악과 해양관광 개발의 중심이다. 내륙에 위치한 KTX울산역은 가지산과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 봉우리 7개가 늘어선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며, 강동워터파크가 들어설 북구 강동해안엔 동해의 남쪽 끝자락이다.
울산시가 낙후된 관광 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악과 해양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내부 사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개발 사업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롯데호텔도 지난달 울산 중심가에 비즈니스호텔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는 등 롯데그룹은 울산에 1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울산지역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다툼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혹시라도 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1922년 10월4일 경상남도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태어나 18세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신 회장은 1970년 울산공단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대암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자 이주민을 위로하기 위한 '둔기회'를 만들고 매년 5월에 마을잔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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