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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지겨운 연기금 투자 논쟁
입력2004-09-08 16:18:53
수정
2004.09.08 16:18:53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
연금의 주식투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주식이 위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5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리다 보니 실패한 경험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ㆍ현대차ㆍ포스코 등 우량 기업들의 주가는 등락 가운데서도 꾸준히 올랐다. 특히 연금처럼 장기적립식 상품들은 대부분 연평균 10% 이상의 좋은 성과를 거뒀다.
더욱이 장차 연금이 바닥날 것을 생각하면 반대가 능사는 아니다.
미국의 사회보장기금조차 재정고갈을 피하기 위해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높이고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져 채권마저 더 이상 기댈 언덕이 못된다. 분명히 말하지만 연금의 주식투자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입자의 부담을 한 푼이라도 줄여볼까 하는 궁여지책이다.
연금이 주식을 사면 손털 기회를 엿보고 있는 외국인에게만 좋은 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웃어넘기자. 하지만 4~5년 후 연금 지급이 시작되면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대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금의 독식으로 생긴 지금의 채권시장 왜곡과 연금 지급시 수요 위축에 따른 채권시장 충격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는가.
더욱이 우리의 대표기업들이 하나씩 외국인 손으로 넘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제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은행ㆍ증권ㆍ자산운용 등 금융업도 마찬가지다. 더 늦기 전에 연금 같은 든든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최소한의 지분을 확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단지 속 좁은 애국심으로만 몰아붙일 수 없지 않을까.
나아가 연금은 일반공모펀드가 소홀하기 쉬운 장기 가치투자를 지향함으로써 펀드 운용의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고 환경ㆍ윤리ㆍ노사관계ㆍ지배구조 등에서 뛰어난 기업을 가려 투자함으로써 건강한 기업경영 풍토 조성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 마디만 더하면 연금의 주식투자를 허용하든 말든 이제 그만 끝장을 보자. 새로운 주장도 논리도 더 나올 게 없는 토론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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