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전세계를 상대로 기업 인수합병(M&A)을 벌이고 있는 차이나머니와 오일머니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EU는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미국도 동조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앞세운 아시아 국가와 오일달러로 무장한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국부펀드를 조성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기업사냥에 나선 가운데 EU 국가들이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이들 국부펀드의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27일자로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자퀸 알무니아 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가 어떤 투자기준을 가졌고 투자자금의 성격은 어떠한지, 투자분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서 “이들 국부펀드가 우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에 대한 보호주의적인 태도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들 국부펀드의 투명성을 요구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EU의 이 같은 입장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럽 증권거래소와 기간산업ㆍ대기업을 마구 사들이는 이들 국부펀드에 대해 투명성 확보와 국가안보 논리를 내세워 투자활동에 일정 수준의 제약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등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된 기업과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제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프랑스와 공동으로 선진7개국(G7) 및 EU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국부펀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영국 정부도 “우리 전략산업을 중국 국부펀드가 전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들 국부펀드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지를 EU 파트너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및 중동의 국부펀드에 대한 EU 국가의 이 같은 우려 섞인 입장 표명은 이날 중국이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외환투자 전담기구인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를 설립, 전세계를 대상으로 상업적 투자를 본격화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ㆍ싱가포르ㆍ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 등 아시아와 중동 국가가 중심이 돼 운영하는 국부펀드의 총 규모가 2조5,000억달러로 유럽의 거대한 민간기업들을 사고도 남을 정도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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