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3년 이후 줄곧 1위 투자유치국 자리를 지켜온 미국은 홍콩에까지 뒤처지며 3위로 밀려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이 전년 대비 3% 늘어난 1,276억달러(약 140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외국인투자 유치액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으로 유입된 투자액은 전년 2,308억달러에서 지난해 860억달러로 급감해 홍콩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이 밖에 싱가포르와 브라질이 각각 4, 5위를 차지해 상위 5위권 내 선진국은 미국이 유일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은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외국인 투자처가 옮겨가는 장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개도국 투자는 전체 FDI의 56%를 차지, 전년의 52%에 비해 늘었다. 특히 개도국 중에서도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15% 늘어나 사상 최대 규모인 4,920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미 통신업체인 버라이즌이 영국 보다폰으로부터 1,300억달러 규모의 합자회사 지분을 매입한 것이 투자유치액을 급감시키는 효과를 낳았다고 WSJ는 설명했다.
제임스 잔 UNCTAD 투자기업 부문 디렉터는 "중국은 지난 수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으며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중국에 대한 투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노동집약에서 기술집약 산업으로 구조적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8% 감소한 1조2,600억달러로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그쳤다. 미국 외에 투자 유입액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지역은 옛소련과 동유럽으로, 특히 러시아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70%나 급감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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