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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심한 국책연구기관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소심한 행보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가부채 문제를 경고하는 보고서가 새해 잇달았지만 정작 보고서를 발표한 국책 연구기관들은 의미 축소에만 급급, 자진해서 정부의 ‘새장’ 속에 숨으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으로 꼽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지난 1월, ‘위험요인을 고려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로 인한 공적연금ㆍ건강보험 지출 확대 등으로 국가 재정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보고서를 작성한 L모 부연구위원은 국가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재정위기를 막으려면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까지 세수를 늘려야 할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를 대다수의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며 재정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를 비판하자 당황한 KDI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다소간의 재정수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일 뿐 ‘재정위기’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내용의 해명이었다. 언뜻 그럴듯한 변명으로 들리지만 재정위기에 대한 평가 없이 재정수지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보름 후 똑같은 상황이 또 다른 국책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재연됐다. 이달 중순께 조세연이 내놓은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현재 GDP 대비 30% 수준인 국가부채의 비율이 오는 2035년에 42.7%로 높아지고 2070년 371.9% 등으로 급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현 정부의 국가부채 관리에 대한 위기의 시그널이 분명했지만 조세연은 해명자료를 통해 “보고서의 핵심은 중단기적으로 국가부채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친절하게도 “고령화로 인하여 연금ㆍ의료비 지출 등의 증가는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게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재정 부담”이라고 정부를 두둔했다. 과거 정부 입맛에 맞는 ‘맞춤형’ 보고서만 양산해냈던 국책 연구기관들이 근래 들어 재정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를 내놓은 현상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두 기관의 이 같은 사후대응 모습은 국책 연구기관들이 정부 ‘눈치보기’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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