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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션 카드로 경기침체 탈출

■ 일본 자민당 총선 공약<br>물가상승·경기회복 선순환 위해<br>과감한 양적완화 정책 제시<br>초인플레 따른 리스크 우려도


다음달 16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거에서 3년여 만에 정권을 재탈환할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이 장기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리플레이션(reflationㆍ통화 재팽창)'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진 일본경제를 물가상승과 경기회복의 선순환 구조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수 있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경제공약은 일본경제에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1일 공개된 자민당 선거공약은 오랜 디플레이션과 엔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행법 개정까지 염두에 둔 과감한 양적완화 방침을 내세웠다. 다음달 자민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일본의 금융정책은 '리플레이션'으로 선회하게 된다.

리플레이션이란 불황 때 경기회복을 위해 심각한 물가상승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자민당의 공약은 현재 일본은행이 제시하고 있는 1%의 물가목표를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 수준인 2%로 올리고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정부와 일본은행이 합의하에 과감한 양적완화를 지속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통해 명목성장률 3%를 달성하고 수년간의 경기악화로 사라진 국민소득 50조엔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적극적인 금융완화로 완만한 인플레이션과 경기회복을 실현하는 리플레이션 정책은 디플레이션 탈피의 수단으로 일부 학자와 이코노미스트들을 중심으로 제기돼 자민당뿐 아니라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세력을 넓히고 있다. 양적완화로 물가가 오르고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수도 늘어나 결과적으로 재정난도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미 일본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리플레이션으로 방향을 틀 경우 가파른 고물가와 자금이탈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총재의 리플레이션 정책을 "자칫 국내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극약'처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베 총재의 공약은 일본은행법 개정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물가안정을 빌미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앞서 지난 20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아베 총재의 금융완화정책에 반발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물가가 오르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하는 건설국채를 일본은행이 매입하게 하는 자민당 안에 대해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도국들에 조언하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의 목록 맨 위에 있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재는 또 급속도로 진전되는 일본의 산업공동화에 브레이크를 걸고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국제표준에 맞게 대폭 인하하며 외국에 없는 규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시행되고 있을 경우 3년 내 철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일본경제재생ㆍ산업경쟁력강화법(가칭)'을 제정해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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