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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2월23일] <1326> 트리핀의 딜레마


미국 의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적자가 해마다 늘어난 탓이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청문회에 초빙 받은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ㆍ당시 49세) 예일대 교수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트리핀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유동성 공급(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적자를 감수하며 달러를 계속 공급한다면 달러화의 신뢰도가 떨어져 위험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은 곧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이름을 얻었다. ‘기축통화(Key Currency)’라는 용어도 트리핀에 의해 처음 사용된 당시의 시점이 1960년. 달러화의 가치를 금 1온스당 35달러에 고정시킨 브레턴우즈 시스템과 달리 시장에서는 온스당 40달러에 거래되는 ‘달러 고평가’ 현상이 시작될 무렵이다. 문제는 당시로부터 4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경제가 야금야금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 미국이 1971년 금환본위제 포기를 선언한 닉슨 쇼크 이후 달러화 가치 변동폭과 국제 유동성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져 결국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기에 이르렀다. 트리핀의 딜레마는 또 다른 형식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지구촌이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근본 처방인 미국의 적자구조 탈피 노력은 국제 무역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전히 진퇴양난이라는 얘기다. 방법은 없을까. 트리핀의 삶 속에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1942년 미국에 귀화했던 트리핀은 1977년 벨기에 시민권을 회복하며 1993년 2월23일 66세로 사망할 때까지 유럽통화기금과 유럽중앙은행 창설에 힘을 보탰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교류와 국제 협력에 위기 극복의 길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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