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프로골퍼 홍희선(38)의 이름에 또 하나의 수식어가 붙게 됐다. 이번에는 ‘박사님’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뛰면서 지면과 방송을 통해 지도자로도 역량을 보여왔던 그는 오는 18일 경희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졸업논문 주제는 ‘KLPGA 선수들의 자기관리가 운동몰입 및 운동만족에 미치는 영향’이다. 고학력 스포츠맨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12년간 현역으로 활동하며 따낸 졸업장이기에 더욱 빛난다. 아직 성취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듯했다. “전문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 많은 것으로 채워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는 그는 “최근에는 경영기법인 식스 시그마와 골프의 연관성에 관심이 꽂혔다”며 관련 서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학업에 뜻을 품게 된 데는 예기치 못한 부상이 계기가 됐다. “서른 살이던 지난 2000년 왼손 엄지를 다쳐 6개월간 골프채를 놓아야 했고 문득 선수 생활은 영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캐나다 유학을 가 골프를 만나면서 대학 생활을 일찍 접었던 그는 이듬해 경희대 골프경영학과에 입학해 ‘공부하는 골퍼’의 길을 걸었다. 운동ㆍ학업ㆍ일을 병행한 원동력은 열린 생각과 집중이었다. “한가지 일을 하면서도 다른 분야에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그는 “하지만 현재의 일에는 능력의 100%를 쏟아넣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꾸준히 상위권에 입상하면서 우승 기록이 없었지만 “우승컵 대신 다른 많은 것을 얻어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최선을 다하되 늘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본 소양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유용한 지식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그의 소망은 “이론과 현장감각을 바탕으로 정보와 지식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논문 역시 지식을 함께 나누자는 의도가 배경이 됐다. 기술적인 부분이 보편화된 가운데 체력ㆍ수면ㆍ정신ㆍ생활관리 등 추가적인 요인들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업 강의의 단골 강사이기도 한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올바르게 골프를 즐기는 방법을 계속해서 전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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