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가 대만의 팍스콘에 스마트폰 생산을 위탁하며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구상을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같은 날 블랙베리는 3·4분기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경영쇄신 기대에 주가는 오히려 16%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블랙베리는 팍스콘에 향후 5년간 자사 스마트폰 생산을 맡기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팍스콘은 인도네시아·멕시코 등지의 공장에서 블랙베리 저가폰 모델을 생산해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팍스콘은 단순 위탁생산 외에도 신모델 개발 및 유통에 적극 참여하며 단말기 판매실적에 따른 손익을 블랙베리와 분담하게 된다. 지난달 블랙베리의 구원투수로 새롭게 취임한 존 첸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당면한 과제는 단말기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는 일"이라며 "팍스콘과의 파트너십은 수익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 협약은 더 이상 하드웨어 부문에 매진하지 않겠다는 블랙베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블랙베리가 올해 3·4분기 44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이다. 블랙베리의 3·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27억달러)보다 56%나 급락한 11억9,000만달러였으며 팔리지 않은 Q10·Z10 등의 재고 27억달러어치도 자산 상각 처리되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한때 강력한 보안을 앞세워 비즈니스·공무용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했던 블랙베리는 삼성전자·애플 등의 공세에 생존의 기로에 내몰린 상태다.
그러나 시장은 실적악화보다 블랙베리의 성장계획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의 종가는 주당 7.22달러로 전일 대비 15.52% 뛰었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브라이언 콜레로 분석가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물음은 분기 실적 문제가 아니라 이 회사가 어떤 전환점을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블랙베리는 수익성 높은 다양한 자산을 갖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블랙베리가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BBM)는 출시 하루 만에 1,000만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으며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G프로 라이트'의 기본 메신저로 탑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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