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중 전 SSU해난구조대장은 "사고 여객선처럼 큰 배가 이렇게 빨리 침몰했다는 것은 엄청난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의미"라며 "승객들이 대피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기에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배가 암초 등에 크게 충돌한 직후 선원들의 판단과 달리 배가 급속히 기울어지면서 필요한 구조 시간을 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배 안에서 구조조끼를 입은 채로 대기하다가 배가 빠르게 기울어지면서 밖으로 나올 시간도 없이 선체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6,300톤이 넘는 거대 여객선 세월호는 이날 오전8시58분 목포해경청 상황실에 사고가 접수된 뒤 불과 2시간 만인 오전11시께 선체의 대부분이 침몰했다. 생존자들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쿵'하고 큰소리가 났다는 점에서 배에 파공이 크게 생기면서 물이 급속히 유입돼 선체가 빠르게 기울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선박이 암초에 충돌했을 경우 여러 격실에 한꺼번에 물이 차면서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승객들이 한순간에 한쪽으로 쏠리면서 이동이 힘들고 출입문 등도 막혔을 가능성과 발전기 중지에 따른 정전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 안에 갇혔을 경우 유리문을 깰 수도 있지만 실제로 여객선들의 경우 대부분이 특수강화유리로 제작돼 있어 일반인들이 이를 깨고 밖으로 탈출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사고 당시 재빨리 승객을 대피시키지 못한 선내 방송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사고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유모(57)씨는 "순항하던 중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갑자기 기울었고 밖으로 나와보니 수직으로 배가 올라가고 있었다"며 "이후 선내방송에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라는 말과 함께 승객들의 이동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만히 있지 말고 빨리 대피했으면 피해자를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김모씨도 "사고 직후 회사 측에서 '위험하니까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물이 빠르게 차오르다 보니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사고가 발생하자 당국은 잠수부 등을 포함한 군과 경찰, 민간전문가 등 모두 350명의 특수구조 인력을 투입했으나 이날 파도는 잔잔했지만 바닷속 조류의 흐름이 거세 선체에 빠르게 접근하지 못했던 것도 희생자를 키웠다.
구조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고 현장의 수심이 45~60m에 달한다. 하지만 스쿠버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40m 이상이면 작업이 힘들다. 더구나 이날 바닷속의 물살이 시속 6~7㎞에 달해 작업자들이 물에 떠내려갈 만한 속도도 큰 장애물로 지적됐다. 아울러 이날 사고 선박이 180도 거꾸로 뒤집힌 채 침몰해 설사 잠수부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선내로 진입하기는 상당히 힘들다는 분석이다. 결국 침몰한 선내에 구조작업 조건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희생자들이 커진 것이다.
이날 현장 구조에 투입된 조양국 구조대원은 "사리라서 조류가 심해 사실상 선내로 접근하지 못했다"며 "침몰 선내에 생존자를 구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