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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9월 16일] 구제금융 둘러싼 숨바꼭질

미국 정부는 지난 13일 양대 국책모기지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서 인수한 채무를 연방예산에 편입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제금융의 규모를 숨기고 싶어 하는 관료들로서는 대체로 반길 만한 소식이다. 덕분에 금융시장을 적절히 규제하지 못하고 국가경제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한 책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납세자들에게는 모욕이나 다름없다. 정부의 무리한 시도 때문에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낭비될지 파악조차 힘들어진 탓이다. 미 의회예산처(CBO)는 10일 정부의 재정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재정적자는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4,0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CBO는 또 오는 2009년 재정적자는 5,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국유화는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정부예산 운용과 감세정책 실행이 어려워지게 됐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면서도 연방예산에 편입시키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두 모기지 업체의 경영진을 갈아치웠고 총 2,0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필요할 경우 이들의 채권에 수조달러를 투입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면서도 납세자들이 손해를 볼 일은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채권을 명시적으로 보증하는 과정에서 그 비용은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납세자들은 두 모기지 업체의 정부관리가 공식적으로 끝나는 2009년 12월31일까지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CBO는 정부의 예산활동에서 납세자의 리스크 등을 확실히 파악해 알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소한 정부의 “두 모기지 업체의 채권을 확실히 보증한다”면서도 “납세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거짓말은 막을 수 있다. 정확한 회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부각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납세자의 손해가 얼마나 될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무모한 혈세 낭비를 막고 납세자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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