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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양화가 펼쳐진다. 발품만 좀 더 팔면 사막 같은 사구(모래언덕)도 볼 수 있다.
중국이나 몽골 고비사막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 태안에 펼쳐지는 해안길 얘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7월 태안 해안을 따라 걸으며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도보여행 코스로 바라길ㆍ소원길ㆍ파도길ㆍ솔모랫길ㆍ노을길ㆍ샛별길ㆍ바람길 등 총 97㎞의 해안길을 개통했다. 200리나 이어지는 일곱 개의 길들은 저마다 바다와 숲, 갈대밭을 조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숨가쁜 산행이 싫고 장딴지의 근육통이 두렵다면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있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태안의 해변길로 발길을 돌려볼 만하다.
◇바라길 구간=학암포에서 신두리까지 12㎞, 약 4시간이 소요되는 바라길 구간은 바다의 고어인 '아라'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최북단에 위치한 바라길은 2007년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유류 오염사고 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당시 원유 유출량은 1만2,547㎘. 2007년 세계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사고가 일어나자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국민들의 희생과 봉사는 재앙을 씻어냈고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상상 외로 빠른 시일 안에 본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바라길의 학암포~구례포~먼동~신두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과 숲길을 거닐다 보면 한폭의 산수화에 빠진 듯한 기분마저 든다. 아울러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인 천연기념물 431호 신두리 사구와 람사르협약에서 지정된 두웅습지에서는 독특한 생물들의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신두리 사구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지질형태로 사막을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소원길 구간=소원길 구간은 신두리에서 만리포까지 22㎞로 8시간이 소요된다. 이곳 역시 원유 유출사고로 몸살을 앓았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130만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의 땀과 노력으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 대천 변산과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만리포가 있는 곳이다. 코스가 길어 장시간 보행이 불가피하지만 비교적 평탄해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길 왼쪽에 펼쳐지는 가을 바닷가의 한적한 풍광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솔모랫길 구간=몽산포에서 드르니항까지 13㎞를 걷는 데 약 4시간이 소요된다. 골솔림에서 떨어진 솔잎에서 풍기는 솔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구간으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염습지에 살고 있는 동식물을 관찰할 수도 있다. 숲과 바다를 아우르는 가벼운 오르내리막이 있지만 힘들지는 않다. 청포대 해변 끝자락에 별주부전의 우화로 유명한 자라바위와 몽산포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별주부 전망대가 있다. 때만 맞으면 곳곳에 산재한 염전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노을길 구간=백사장항에서 꽃지해수욕장에 이르는 12㎞에 걸쳐 조성됐다. 쉬지 않고 걷는다면 4시간이 걸린다. 삼봉~기지포~방포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조성돼 있으며 호젓한 자태의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곰솔림에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근처에 대형 리조트도 들어서 있어 다리가 피곤하면 잠깐 들러 차 한잔의 여유를 누려볼 수도 있다. 커피숍 바깥으로 펼쳐지는 가을 바다의 풍광이 커피 향과 어우러지면서 연출하는 분위기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호사다.
노을길 구간에는 독특한 습곡지형이 내려다보이는 두여전망대와 우리나라의 3대 낙조 장소로 손꼽히는 할미할아비바위가 있어 때만 잘 맞춘다면 휴대폰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샛별길 구간=꽃지에서 황포까지 14㎞ 구간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드나드는 병술만은 고려시대 몽고에 항거했던 삼별초가 주둔하며 훈련했던 군사 요충지다. 몽돌로 이뤄진 샛별해변과 각종 기암괴석이 늘어선 '쌀썩은여(여: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바람길 구간=황포에서 영목항에 이르는 구간으로 15㎞ 정도이며 5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썰물 때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바람아래해변이 특히 수려한 해안경관을 자랑한다. 태안해변길 최남단에 위치한 영목항은 매년 말에 해넘이 축제가 열리며 보령ㆍ원산도ㆍ삽시도ㆍ장고도ㆍ고대도 같은 크고 작은 도서를 연결하는 여객선터미널이 있어 섬 구경을 떠나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여행수첩 ■ 숙박정보 -노으레솔숲:안면읍 승언리 63-182, (041)673-7735 -별빛쏟아지는펜션:소원면 소근리 325-3, (041)674-7761 -쉼이있는자유:이원면 관리 1040-7, (041)672-5287 ■ 맛집 -관해수산:소원면 의항리 978-90, (041)672-2118 -청정회관:근흥면 신진도리 522-1, (041)675-1201 -해변회관:안면읍 창기리 1265-28, (041)673-4942 -나드리회관:안면읍 승언리 1269, (041)673-4118 ■ 주변 볼거리 백화산, 안흥성, 안면송림, 만리포, 신두사구, 가의도, 몽산포해변, 할미할아비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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