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상원은 찬성 78표, 반대 20표로 환율을 조작하거나 불공정 무역거래를 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2일 상원에 상정된 TPP 패스트트랙에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이 미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환율조작 관련 조항이 빠졌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되자 민주당의 TPA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환율 법안과 TPP 협상을 분리시킨 것이다.
실제 이날 관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미 상원은 TPA 부여법안 논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5표, 반대 33표로 통과시켰다. TPP를 지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게 협상에 반대하는 자동차 등 일부 제조업체와 노조에 성의를 표시하면서도 패스트트랙에 찬성할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준 게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패스트트랙이 부여되면 미 의회는 협정 내용에 대해 찬반 표결만 가능할 뿐 내용은 수정할 수 없어 행정부가 무역협상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공화당은 오는 23일 전까지 TPA 부여 법안을 상원에서 처리한 뒤 이달 내에 하원으로 넘길 계획이다.
하지만 환율조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무역 분쟁과 글로벌 환율전쟁이 고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는 상원과 전혀 다른 관세법 개정안을 승인한 상태다. 또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비록 이 법안이 TPP 체결에서 배제된 중국을 주고 겨냥하고 있지만 일본 등 상당수 국가의 반발에 무역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기 때문이다. TPP 참여를 준비 중인 한국도 언제든지 무역 보복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환율조작 법안에 대한 의회, 미 제조업체와 노조의 지지가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2013년에도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초당파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에 환율 관련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의 힘겨루기 속에 올여름 이전 TPP 협상 타결이라는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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