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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이 붓 가리나.” 골퍼들에게 ‘피팅(fitting)’에 관해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자주 돌아온다. 아무 클럽이나 치라는 뜻일 게다. 하지만 사실 명필은 붓을 가린다. 골프에서도 선수가 좋은(제대로 맞춰진) 장비를 갖고 대회에 나간다. 이제 클럽 피팅이 많이 대중화됐지만 아직도 피팅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골퍼들이 많다. 그러나 피팅은 아주 쉬운 분야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알 수 있다. 옷 가게에서 내 스타일과 몸에 맞는지 옷을 입어보는 피팅 룸이라는 게 있다. 골프의 피팅도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는 일처럼 재미있고 편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반드시 클럽을 체크해봐야 한다. 내 몸과 맞지 않는 클럽은 자칫 스트레스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골프는 알수록 잘 친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골프클럽과 피팅에 대한 상식과 정보를 일선에서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전달해보려 한다. “D0보다는 D1이 맞겠군요.” 구력이 조금만 쌓여도 골프용품 매장에서 몇 번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드라이버 샤프트에 암호처럼 표시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을 볼 수 있다. 스윙 웨이트다. 스윙 웨이트라면 스윙 무게로 보면 되는가. 그렇다. 스윙을 할 때 느껴지는 무게감을 스윙 웨이트 또는 스윙 밸런스라고 한다. 프로들이 빈 스윙을 하면서 “채가 잘 떨어진다” “채가 안 따라온다” 같은 말을 한다. 이것이 스윙 웨이트와 관계가 있다. 스윙 웨이트는 클럽 무게와 길이, 샤프트 무게, 그립의 무게 등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스윙 웨이트는 A~G의 7가지, 그리고 그 구분마다 0~9의 10개 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A는 스윙 무게감이 가볍다는 표현이고 뒤로 갈수록 무거워진다는 표시이다. 통상 남자의 스윙 웨이트를 D0로 한다면 여자의 스윙 웨이트는 C0로 한다. 이를 기준으로 삼아 맞는 스펙을 찾으면 된다. 스윙을 해보니 토핑이 난다든지, 뒤 땅 치기가 나오든지 하면 스윙 웨이트를 높이거나 낮춰주면 된다. 스윙 웨이트의 원리는 대저울이나 지렛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립쪽이 무거워지면 헤드 쪽 무게감이 가벼워진다. 스윙 웨이트를 올리고 싶으면 좀더 가벼운 그립으로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요즘 시중의 기성품 드라이버 가운데는 스윙 웨이트가 D3~D4인 경우도 많이 있다. 어느 것이 좋은지는 스윙을 하는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에 본인의 스윙 웨이트는 한번쯤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샤프트의 무게, 헤드의 무게, 그립의 무게에 따라 항상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윙을 할 때 반복적으로 나오는 현상에 따라 답을 찾을 수 있다. 스윙 웨이트가 너무 낮으면 토핑이 나는 경우가 많고 너무 무거우면 자주 뒤 땅을 치게 된다. 스윙스피드가 낮아 50g 대의 경량 샤프트를 사용하는 경우는 스윙 웨이트를 높임으로써 다운스윙에서 헤드가 저절로 떨어지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주말 골퍼 A씨의 사례를 보면 스윙 웨이트의 개념을 정리할 수 있다. A씨는 최근 ‘칼을 갈기 위해’ 그립을 교체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스윙을 할 때마다 자꾸 뒤 땅을 때리거나 볼이 헤드 위쪽에 맞아 하늘로 솟구친다. 이런 일이 바로 스윙 웨이트가 잘못됐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전문업체나 피터가 아닌 일반 용품점이나 연습장에서 무심코 샤프트나 그립을 교체한 뒤 스윙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A씨의 경우 기존 그립보다 가벼운 것으로 교체한 게 원인이었던 것이다. 정확한 조정을 위해서는 전문 피팅숍을 찾아야 하지만 이런 기초 원리를 알고 있으면 생각을 단순화할 수 있다. /오토파워ㆍ미라이스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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