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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직업과 궁합

김홍기 <동부정보기술 사장>

궁합(宮合)은 혼담이 있는 남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봐 배우자로서 길흉을 헤아리는 점(占)이다. 요즈음 혼기(婚期)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궁합을 보는지는 모르겠다. 궁합이 좋으면 금상첨화지만 궁합이 썩 좋지 않아도 사랑ㆍ이해ㆍ인내로 함께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궁합이 필요한 것은 구인기업과 구직자 사이가 아닐까. 날이 갈수록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백수(白手) 양산은 물론 ‘취업 백수(百修)’ 현상까지 낳고 있다. 얼마 전 입사 면접만 100번을 넘게 본 30세 청년의 이야기가 보도되면서 일자리를 못 구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20~30대 연령의 실업자 수는 5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7,000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청년 백수 전성시대’라는 의미의 ‘청백전’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고 하니 참으로 씁쓸하다. 최근 필자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시 경쟁률이 85대1을 기록할 만큼 지원자가 많았다. 특이한 점은 올초 선발했던 인턴 사원들이 전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인턴 사원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받은 후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받는 수련의를 이르는 ‘인턴(intern)’에서 유래한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서류심사-필기전형-면접만으로는 미흡한 인재 검증 과정을 보완해 우수 인재를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이점이 있고 지원자들에게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기 전에 회사의 특성과 실무를 익히고 기업문화에 적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제도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 중 35% 정도가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임시취업’을 했으며 평균 근속기간도 21.5개월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기업과 구직자의 ‘궁합’이 맞지 않아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결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부적절한 사람을 뽑아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입고 구직자는 적성에 맞지 않아 재취업을 해야 하는 힘든 과정을 겪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인력채용 과정에서 적성검사나 인성검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있음을 방증(傍證)한다. 결국 구직자나 기업이 서로의 궁합을 맞춰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인턴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를 보면 현재 인턴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29%에 불과하다. 또한 인턴 기간을 거쳤더라도 구직자의 전공 능력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우리나라 대졸 정보기술(IT) 인력의 전공 능력은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26%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턴제도가 기업과 구직자의 윈-윈 전략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학교가 기업의 니즈(needs)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졸업 전에 업무에 필요한 일정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 비용이 1인당 1억원이 넘게 들고 신입사원이 제 몫을 다하는 데 평균 20.3개월이 걸린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대학교육과 기업 실무가 얼마나 큰 격차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취업 시즌이 되면 제자들의 취업 지원에 나서는 교수님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일이지만 이에 앞서 기업의 현실적 요구를 교육에 적극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토대 위에 기업과 교육기관간 산학협력을 발전시켜나가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과목별로 인턴십을 도입하거나 기업 인턴십 과정을 아예 학점으로 반영하는 등 현장 중심의 학과 과정을 강의실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인턴십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식의 시혜적(施惠的) 사고방식을 버리고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능동적인 교육 환경의 조성, 이를 전제로 한 기업의 적극적인 인턴십 활용이야 말로 기업과 구직자가 해로할 수 있는 좋은 궁합을 도출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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