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아끼는 쪽으로 재정연구를 하지 말고 쓰는데도 신경 써서 저희들도 살림살이를 하도록 균형감각을 갖고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에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 총회 및 토론회가 열린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축사를 통해 넌지시 던진 말이다. 최근 내년도 예산편성의 기본 방향으로 '균형재정 회복'을 내걸고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정부에 대해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경이라도 편성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당 대표까지 나서 박 장관에게 '재정지출을 좀 더 확대하라'고 우회적 압박을 가한 셈이다.
황 대표에 이어 축사에 나선 박 장관은 "대규모의 일시적 확장 정책으로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더 빠르고 편해 보일 수 있으나 우리 목표는 빨리 가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길을 가는 것"이라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복지지출을 우리 능력에 걸맞게 적정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2103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날 창립된 '국가재정연구포럼'은 나성린 새누리당,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당리당략에 좌우되지 않는 국가재정ㆍ재정수요 정책을 연구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단체다. 재정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경실련 출신의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심상정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 여야 경제통 의원 45명이 함께했다.
이날 첫 토론회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국내 재정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발표에 나섰다. 현 원장은 "유럽 재정위기 지속 및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상승 등 불안요인은 우리 경제의 하방(침체)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관련해 현 원장은 "우리나라 개인 소득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세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분의1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비과세ㆍ감면이 많기 때문"이라며 "세율 인상보다는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해 수입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영 한양대 교수,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재 조세부담률은 19%대 초반으로 복지요구를 충족시키기에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중기적으로 이를 1~2%포인트가량 높여 복지재원으로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