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들이 줏대없이(?) 유행에 맞게 차명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수입차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일관된 룰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이름을 짓습니다. 영문 이니셜과 숫자를 조합해 차의 크기나 형태, 구동방식, 배기량 등을 기준으로 공식화 한 것이 많죠. 브랜드별 작명하는 특징만 안다면 차의 이름만 봐도 대강 어떻게 생긴 모델인지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으실 겁니다.
브랜드가 워낙 많다 보니 럭셔리 브랜드의 차명 짓는 것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클래스로 구분하는 메르세데스-벤츠는 대표적인 세단 모델 C, E, S가 각각 소형(Compact), 중형(Executive), 대형(Super Salon)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뒤에 붙은 세자리 숫자는 배기량을 나타내 S350의 경우 3,500cc급 엔진을 장착한 대형 세단으로 보시면 됩니다. 뒤에 L이 붙으면 앞 뒤 바퀴 사이에 너비를 늘린 롱 휠 베이스 버전(LWB)이 되죠. S600L처럼. 고성능 버전은 AMG가 추가되고.
SUV 모델인 M클래스의 M은 역동성(Mobile)을 나타내는데, 표기할 때는 ML로 적습니다. G-바겐이라고 흔히 불리는 G클래스의 G는 전형적인 오프로더를 의미하는 독일어 겔렌데바겐(Gelandeㆍ대지, wagenㆍ차)에서 따왔고, G클래스를 작고 도심형 스타일에 맞게 만든 GLK는 럭셔리(Luxury)와 컴팩트(Kompakt=Compact)를 추가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프리미엄 로드스터 SL은 Sport Light로 스포츠카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고, SLK는 컴팩트한 차에 맞게 Short가 추가됐습니다. CLS-클래스는 Chic, Luxurious, Sophisticated(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세련된 차)로 차의 특성을 드러냅니다.
BMW는 1, 3, 5, 7시리즈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은 소형, 3은 준중형, 5는 중형, 7은 대형. 모두 세단 모델이 기본입니다. 최근에는 6시리즈에 이어 4시리즈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쿠페형 모델로 해당 숫자 사이의 차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뒤에 두자리 숫자를 붙여 배기량을 표기하고 가솔린에는 i, 디젤에는 d를 추가합니다. 숫자와 엔진 종류 사이에 L이 들어가면 LWB을 나타냅니다. 320d는 3시리즈 2,000cc급 디젤, 760Li는 7시리즈에 6,000cc급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LWB 모델로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는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발전해 배기량과 숫자가 꼭 일치하지는 않네요. SUV 모델에는 숫자 대신 X가 붙어서 X1, X3, X5, X6 등의 이름이 지어졌죠. 로드스터는 Z3, Z4, Z8처럼 Z가 들어가고, M이 들어간 모델은 고성능 버전을 의미합니다.
아우디의 공식도 비슷합니다. 과거에는 숫자로만 차명을 표기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세단에 A, SUV에 Q를 쓰고 있습니다. A 뒤에는 1, 3, 4, 5, 6, 7, 8 등으로 차의 크기를 나타내는데 4가 준중형, 6이 중형, 8이 대형인 것은 아시겠죠? 홀수는 그 사이에 해치백이나 쿠페형 모델로 파생돼 탄생했습니다.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 뒤에 다시 배기량을 표기하고 엔진명까지 나타냅니다. A6 3.0 TDI, A8 4.2 TFSI식으로 표기하죠.
세단의 고성능 모델에는 S(Soverign Perfomance)나 RS(Racing Sport)를 붙이고, 예외적으로 R8은 따로 고유명사처럼 사용을 하기도 합니다. TT는 투어리스트 트로피의 약자라고 하네요.
일본 브랜드 렉서스도 시리즈 차명에 숫자를 더해 배기량을 표시합니다. IS는 소형 스포츠 세단(Intelligent Sport Sedan), ES는 중형급 세단(Elegance Sedan), GS는 중대형급 세단(Grand Sedan), LS는 최고급 세단(Luxury Sedan)이죠. RX는 SUV로 R이 도시형 4륜구동(Ragged 4X4)을 나타낸다고 하네요. 여기에 배기량을 나타내는 250, 350, 600 등의 숫자가 추가되고 뒤에 h가 붙으면 하이브리드, L이 더해지면 LWB을 의미합니다.
인피니티는 얼마 전까지 G와 M으로 세단 모델을 표기했습니다. G는 Gorgeous, M은 Medium을 의미합니다. SUV 모델은 EX, FX, QX처럼 뒤가 X로 끝나는 공통점이 있죠. 모델명 뒤에 두자리 숫자는 배기량을 나타냈고, d가 붙으면 디젤 모델에 해당했습니다. 최근 인피니티는 모델명에 변경을 선언했습니다.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은 Q에 50, 60, 70등의 숫자를 더하고 크로스오버 모델과 SUV는 QX를 붙이기로 했죠. Q를 선택한 것은 인피니티 최초의 세단 Q45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모델명만 들으면 ‘어떻게 생겼고, 크기는 어느 정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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