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케이블TV의 발전을 위해 소유규제ㆍ기술규제를 반드시 풀어줘야 합니다. 케이블사업자의 권역 소유제한을 폐지해야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가 가능합니다. 그래야 투자가 이뤄지고 경쟁력이 생깁니다. 또 인터넷 전송제한 등 기술장벽을 없애야 빅데이터ㆍ클라우드 등 융합서비스와 스마트화가 촉진됩니다. 유료방송 서비스를 하는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은 똑같이 규제하는 게 맞습니다."
양휘부(71ㆍ사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규제완화와 공정경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업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양 회장은 할 얘기가 많았고 때때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시장상황과 경쟁자들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발전하면서 21세기로 나아가고 있는데 케이블TV는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양 회장은 케이블TV를 다윗에, IPTV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이동통신사를 골리앗에 비유했다. "케이블 시장규모는 연 매출 2조5,000억원으로 통신사의 연간 마케팅비 수준에 그칠 정도로 작지만 시청자가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의 차이는 없다"며 "이통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서비스 투자와 신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전환을 예로 들었다. 10만~20만명 가입자를 가진 소규모 유선방송사업자(SO)들만 있어서는 총 투자비 7조원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통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하는데 '정해진 권역의 3분의1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제에 몸이 묶인 상황이다. 양 회장은 "케이블사업자의 권역 소유제한은 진작 폐지됐어야 할 조항"이라며 "소유제한이 폐지되면 M&A를 통해 5~6개 대형 사업자가 케이블 시장을 주도하면서 이통사와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소유규제가 풀리면 업계 3위인 C&M의 매각작업도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회장은 소유제한과 함께 기술규제를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융합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시장 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케이블TV는 기술규제라는 높은 장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케이블이 좀 더 똑똑해지면 시청자들도 늘어나고 앱을 활용해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미국의 컴캐스트처럼 (셋톱박스를 활용해) 홈시큐리티 등 다양한 홈게이트웨이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추후에는 클라우드를 통해 더 많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케이블TV의 미래 먹거리는 스마트화에 있다는 것이 양 회장의 생각이다.
문제는 케이블TV의 인터넷 전송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 기반이 돼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한데 케이블TV는 주파수(RF) 방식만 허용됐다"며 "정부가 이것을 좀 빨리 풀어줘야 융합서비스, 빅데이터 등 종합서비스가 제대로 되고 스마트화도 촉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만큼 법 테두리 안에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라며 "새롭고 다양한 융합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 규제완화 캠페인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일시장에 대해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방송법은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해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1(최대 500만명) 또는 전체 권역의 3분의1(최대 25개)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IPTV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을 기준으로 3분의1을 적용하고 위성방송은 한 곳만 있어 별도의 규제가 없다. 이 때문에 공정경쟁을 위한 단일잣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KT처럼 (IPTV와 위성방송이라는) 두 개의 플랫폼을 갖고 있는 사업자는 없다"고 운을 뗀 뒤 "위성방송은 가입자 제한이 없기 때문에 IPTV와 결합상품을 만든 후 위성방송을 앞장세워 팔면 규제는 의미 없게 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유료방송 매체에 대해 각각의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규제에 구멍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케이블ㆍIPTVㆍ위성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 받는 현재의 불공정한 상황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또 "미국도 케이블사업자의 시장독과점 방지를 위해 오랜 기간 점유율 규제를 유지했다"며 "자본력을 동원한 약탈적 가입자 뺏기는 창조경제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점유율 규제개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가 결합상품ㆍ보조금 등을 통해 저가로 디지털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사들에 콘텐츠 값을 제대로 주고 있지 않아 방송산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방송 플랫폼에 대한 이중규제 적용과 기술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전문가들은 모든 유료방송 매체에 대해 칸막이를 없애고 같은 규제를 적용하면 매체를 구분하는 기술장벽도 무의미해지는 만큼 없어질 것으로 본다.
'슈퍼갑'으로 불리는 지상파와의 재전송료 싸움도 힘겹다. 현재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재송신료 문제는 사업자 간 협상으로 이뤄진다. 법적 규제나 제도가 없어 사업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때는 케이블TV의 지상파 송출중단이라는 블랙아웃도 발생한다.
양 회장은 '전면 의무재전송'을 주장하지만 지상파들은 한치도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인다. 협회의 논리는 간단하다.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무료로 쓰면서 국민들이 낸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가 재전송을 이유로 비용을 받는 것은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시청료를 두 번 받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사 운영채널은 전면 의무재송신을 하고 SBS와 같은 민영방송 채널만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양 회장의 소신이다.
양 회장은 "종합편성채널도 마찬가지"라며 "의무편성채널, 지상파에 인접한 황금채널 부여 등 각종 특혜를 받았는데 프로그램 사용료까지 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초고화질(UHD)방송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그는 "UHD방송이 아직 태동기지만 가전과 방송장비 분야에서는 이미 치열한 전쟁터가 형성됐다"며 "TV 보급이 많아지면 자연히 방송 콘텐츠 수요가 증가해 머지않아 UHD콘텐츠 제작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UHD방송은 케이블TV가 선도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지난 7월 시범방송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UHD 전용채널을 만들어 각 가정에서 직접 UHD방송을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양 회장은 "이미 해외 유수의 가전사와 방송사업자들이 UHD방송 환경 조성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며 "우리의 방송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려면 플랫폼은 물론이고 가전사와 방송사들도 UHD 활성화를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UHD 등 새로운 시도와 알뜰폰(MVNO),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영역 확장은 케이블TV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양 회장은 "방송미디어 시장이 규모화ㆍ글로벌화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파도를 넘지 못하면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미디어산업은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없고 잠재적 경쟁자와도 손을 잡고 세계로 나아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적 TV시장의 개념이 깨지고 기기에 따른 차별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가전ㆍ포털ㆍ인터넷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해 살길을 찾자는 것이다. 모바일과 개인화된 서비스가 주류로 자리잡은 새로운 방송환경에서는 끊임없이 변신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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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마다 않는 정면돌파형… 업계 구원투수로 박민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