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학 ‘낙인’...퇴출로 이어지나 ‘올 것이 왔다.’교육과학기술부가 7일 사상 처음으로 학자금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자 해당 대학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미 지난 달 말 통보를 받았지만 대상 축소로 혹시나 명단에서 빠질까 기대했던 대학들은 크게 낙담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힌 이들 대학들은 당장 8일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 원서접수에서 지원율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상당수 학교가 재학생 충원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입생마저 줄면 존립 자체가 뿌리 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제한대출 그룹에 속한 대학의 관계자는“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이 힘든 상황에서 기름을 부은 격”이라면서 “재학생은 해당되지 않지만 크게 상처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패자부활’기회가 남아있기는 하다. 교과부는 최근 들어 교육지표가 크게 개선된 대학의 경우 올 하반기에 재평가를 통해 대출제한 대학에서 제외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대상 대학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성과지표에서 취업률이나 재학생 충원율이 단기간에 높아지기 힘들 뿐더러 전임교원 확충이나 장학금 확대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적 여력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이 교육여건 및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실제 속내는 자구노력에도 나아질 가능성이 낮은 대학은 해산하거나 통폐합하라는 압력이다. ‘부실대학’‘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 대출제한이라는 ‘간접 수단’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학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소대출 그룹에 속한 6개교는 위기의식이 상당하다. 건동대의 경우 지난해 재학생 충원율이 23.2%에 불과했으며 제주산업정보대는 33%였다.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고교 졸업자 수가 갈수록 줄어 대학 입학 정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생 모집난이 2~3년 새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 교육에 대한 학생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법인을 해산하거나 인근 대학과의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사(枯死)’하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정부가 퇴로도 만들어 주지 않고 구조조정을 밀어 부친다고 항변한다. 사립대 퇴출과 관련해 교과부는 지난해 대학 정리 후 잔여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잔여재산 귀속을 통한 법인해산제도’를 도입하고 사립대학법인이 해산하면 학교 재산으로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면 잔여재산을 다른 학교법인에 넘기거나 아예 국가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어 학교 설립자들이 학교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해산을 꺼리고 끝까지 버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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