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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상 올 여름 따로 휴가를 잡을 수 없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45)씨는 이달 말 주말을 이용해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안에서 조촐한 가족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포항 KTX 개통으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동해안이 포항이 됐기 때문이다. KTX 덕분에 포항-서울이 2시간 30분대로 좁혀지면서 KTX 노선이 없는 강원 동해안 보다 오히려 경북 동해안이 더 가까워지면서 짧은 시간 즐겁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포항을 선택한 것이다.
포항 KTX가 오는 10일로 개통 100일을 맞는 가운데 'KTX 교통혁명'으로 포항 지역민들의 서울 출장·나들이는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포항관광도 한결 쉬워졌다. 이 때문에 포항, 경주, 영덕,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자치단체들은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관광객 유치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8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포항 KTX는 동해남부선 신경주에서 포항까지 건설한 38.7㎞를 경부고속철도에 연결한 것으로, 지난 4월 2일부터 일반인을 상대로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중간역 정차 횟수(2∼6회)에 따라 2시간 15분에서 2시간 43분까지 평균 2시간 30분이면 경북 동해안 끝자락에서 단숨에 서울까지 갈 수 있다. 새마을호보다 3시간 가량, 고속버스보다 1시간 30분 가량 각각 단축된 것이다.
개통 초기 포항 KTX 이용객은 주중 하루 평균 4,800여명, 주말·휴일에는 5,000∼6,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당초 예상 수요보다 40∼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폭발적인 수요에 코레일측도 깜짝 놀랐다. 주말과 평일 오전 시간대는 표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좌석 확보가 힘들었다.
지난달 전국적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승객이 절반가량 뚝 떨어지기도 했으나 다행히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KTX 이용객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포항시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KTX 이용객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개통 초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용객이 당초 예상수준을 웃돌고 증편요구가 잇따르면서 코레일은 다음달 1일부터 포항∼서울 직결선을 평일 기준 하루 16회에서 20회로 늘리기로 했다. 포항시와 코레일은 포항역사를 비롯한 각종 교통·편의시설도 대폭 개선하고 있다. 칸막이가 없어 교통사고 우려가 높았던 택시승강장 대기공간 난간과 불법유턴 방지를 위한 규제봉을 설치했다. 또 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진입도로 곳곳에 반사경과 점멸등도 설치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 KTX 개통 이후 첫 휴가철을 앞두고 경북 동해안 지자체들이 관광객 유치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며 "개통 이후 지금까지 역빨대 현상보다는 관광객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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