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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살얼음판] 푸틴, 믿는 것은 천연가스

유럽 점유율 30% 달해

EU 적극 개입은 주저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움직임과 요동치는 금융시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군사행동을 강화하고 나서는 데는 천연가스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러시아 국영 에너지 독점기업인 가스프롬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0%까지 올랐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끊으면 유럽은 추위에 떨 수밖에 없다.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 2006년과 2009년 각각 우크라이나와 가스 공급가를 두고 벌어진 마찰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스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가스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는 EU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가스프롬은 3일(현지시간)에도 "우크라이나의 정치혼란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유럽으로의 가스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에너지 안보 카드를 내비쳤다.

루블화 가치 추락에도 러시아가 웃을 수 있는 이유도 천연가스에 있다. 서방국가와의 마찰이 장기화할수록 유가는 오른다. 게다가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루블화로 환전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러시아가 600억루블 이상 더 벌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안보 전략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천연가스 수요가 예전보다 크게 늘지 않았고 그간 러시아에 시달리던 유럽 각국들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안데르스 오슬룬드는 "2006년과 2009년 이후 (천연가스 시장의) 그림이 전체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가스전쟁을 겪은 유럽 국가들의 가스 비축량도 증가했다. 영국 BBC는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독일의 경우 60일치 사용량을 비축해두고 있다"고 전했다. 천연가스 도입선도 다양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현재 유럽 시장점유율이 높다고는 하나 10년 전인 2003년의 45%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들여오는 양이 늘고 있다"며 "노르웨이 스타토일의 유럽 수출량이 2012년에는 가스프롬을 추월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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