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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5월 19일] 미국서 본 광우병 파문

지금 한국은 광우병 파문으로 온나라가 아우성이다. 필자가 잠시 휴가를 이용, 한국을 방문해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 내려다 본 시청 앞 광장에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밤 늦게까지 열렸다. 집회 참여자 가운데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지금 우리가 남북 간의 이념문제나 청년 실업, 고유가 파동, 지역 간 갈등, 빈부격차, 사교육 문제, 빈곤층의 생활고 등 정말 중요하고 알맹이가 있는 사안들을 놓고 촛불시위와 집회를 열고 여의도 정치인들이 아우성친다면 일말의 이해가 갈수도 있다. 그러나 200만 재미 교포를 비롯해 3억 미국인과 유럽 등 수많은 미 쇠고기 수입국가에서 지난 수십여년 동안 별 탈 없이 먹어온 미국산 쇠고기가 논란의 초점이라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한미 쇠고기 협정이 체결되자 마자 미국산 쇠고기는 하루 아침에 세상에서 개들도 못 먹을 불량 유독 식품으로 전락해버린 꿈 같고 허황된 현실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개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선진국들의 비판을 받아온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두고 “차라리 청산가리를 마시겠다”고 기피한다는 것이 외국에 자세히 알려진다면 우리의 편협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국가적 수치가 될 것이다. 광우병 파문을 보고 있자면 300여년 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작은 고을에서 일어났던 ‘마녀사냥’이 연상된다. 멀쩡한 사람들을 악마에 홀렸다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온동네가 신들리듯 집단최면에 빠져 150여명이 재판에 회부됐고 19명의 무고한 생명이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소위 ‘살렘 마을의 마녀사냥’으로 후세에 회자된 이 사건은 선량하고 평범한 시민들도 이성을 잃어버리고 때로는 반인륜적 대범죄를 서슴지 않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필자가 지난 1960년대 보스턴에서 유학할 때 주말에 드라이브하면서 지나가본 적이 있는 살렘은 너무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전형적인 뉴잉글랜드 전원 마을이었다. 그곳 주민들은 300년 전 자기 조상들이 저질렀던 치욕적인 광란의 행패를 두고두고 수치스럽게 여겨 외부인과 마녀사냥의 과거를 얘기하기를 극도로 꺼린다. 아직 바깥 세계와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니 하고 이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참으로 한심하고 비극적인 것은 이번 미국 광우병 파동이 사실은 아무런 실체도 없는 데도 이를 바로 잡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다. 물론 협상에 나섰던 정부의 오역파문과 안이한 대처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식품 안전문제를 정부가 소홀히 했다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이제 와 협상 자체를 무효화하고 쇠고기 수입이 불가하다는 논리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더구나 미국도 한국의 검역주권을 보장한다고 한 발 물러선 마당이 아닌가. 이번처럼 일부 대중들이 근거 없는 낭설에 매혹돼 두려워 할 때는 국가와 민족적 차원에서 바르게 깨우쳐줘야 하는 데도 오히려 그 반대로 눈앞의 좁은 당리당략에 매몰된 나머지 부화뇌동하는 행태는 너무도 한심하다. 이래서야 한국이 어찌 선진국 대열에 곧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는가. 300년 전 미국 살렘 마을의 마녀사냥처럼 앞으로 300년은 더 기다려야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민도를 갖출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때일수록 미혹한 민심을 바로 세울 책임은 한국의 엘리트에게 있다. 이분들이 침묵으로 방관하지 말고 분연히 일어나 앞장서 개도해야 한다. 우리 온국민이 지금 진정으로 분개하고 흥분할 것은 그동안 소모적 이념 논쟁과 과거사 들추기 등에 국력을 낭비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지금은 말레이시아와 태국 같은 나라보다도 뒤처진 국가경쟁력을 어떻게 하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지가 국가적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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