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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도 전쟁입니다. 우군이 많고 전략이 좋을수록 보다 쉽게 담배를 끊을 수 있죠. 혼자 힘으로 무작정 금연하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주변의 도움을 적극 받아야 담배와의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환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하려는 사람에게 항상 이 같은 충고를 한다. 대한결핵호흡기학회가 정한 금연의날(12월3일)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오후 이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최성갑(56ㆍ가명)씨와 이 교수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최씨는 5년째 고혈압을 앓고 있어 금연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3개월마다 최씨의 건강을 진료하는 이 교수는 벌써 수차례 금연을 권고하고 있으나 최씨는 "다음번 진료 때에는 꼭 금연시도를 하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날은 흡연과 고혈압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떡이는 등 어느 정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이 교수는 "하루에 1갑씩 20여년간 담배를 피워온 환자라 끊기는 힘들겠지만 흡연이 혈관상태를 악화시켜 고혈압 치료에 나쁜 영향을 주는 만큼 하루빨리 담배를 끊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강요에 못 이겨 시작한 금연보다는 자발적으로 시작한 금연이 성공확률이 더욱 높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금연해야 하는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 차례 혼자서 금연하다가 실패한 후에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볼 때가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흡연은 매우 중독성이 강한 만큼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적극적인 상담과 약물치료 등을 받아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이 교수는 "아무 도움 없이 혼자서 하는 금연의 성공률은 3~5%에 불과하다"며 "최근에 나온 먹는 금연약물을 복용할 경우 금연성공확률을 가늠할 수 있는 3개월 금연성공률이 40% 이상에 달하고 1년 후에도 20%의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금연치료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계획 없는 충동적인 금연결심은 실패확률만 높여 금연자제에 대한 회의를 들게 하고 실패했다는 패배감을 키워 점점 더 담배와의 이별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금연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이 교수는 " 가령 '입에서 나는 악취를 줄이고 싶다'와 같은 자신만의 구체적인 금연동기를 확실하게 갖고 시작해야 성공확률이 높다"며 "금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인 만큼 운동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극복 대안을 마련해놓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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