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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업들이 일어서야 한다

50대 초반으로 건설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사장은 요즘 휴일과 관계없이 틈만 나면 산으로 향한다. 한때 수개월에 걸쳐 백두대간을 종주할 만큼 산을 사랑하고 건강도 넘치는 그지만 요즘의 산행은 그 이유가 전혀 다르다. 건설경기가 바닥을 헤매면서 중소 규모의 회사운영 자체가 힘겨운데다 섣불리 신규사업을 펼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회사에 그냥 앉아 있자니 꼴이 영 아니다 싶어 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가을 단풍 구경에 세상 시름을 잠깐이나마 잊고 산다”고 자조한다. A사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기업인들이 적지않다.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는 이제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지난달 기업환경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혹시나 기대를 했던 기업들 대부분은 정부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기다 이중대표소송제 등을 담고 있는 상법개정안은 기업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터진 북핵실험 여파로 대내외 불투명성이 더욱 증폭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핵실험 파장보다 더 커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참여정부의 ‘대기업 철학’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려는 의지가 정녕 조금이라도 있는지 많은 기업들은 의심하고 있다. 얼마 전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수도권 규제완화는 무조건 해줄 수 없다. 그러나 성장동력 확보는 민간 몫’이라는 이율배반적 논리를 나타낸 것도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 어쩔 것인가. 이대로 그냥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역설적으로 정부에 기댈 것이 없다면, 기업들 스스로 성장동력을 찾아나서는 프런티어 정신과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동력창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우리 경제가 지금 이만큼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 기업들의 의지와 열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움츠리고 있는 수동적 자세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나 유지가 힘겹다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업들 스스로 제일 먼저 체감하고 있지 않은가.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주요업종별 국내외 대표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를 보면 국내 주요 업종 대표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99.5%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곧 한은의 지적대로 국내 대표기업들이 지나친 보수경영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앞으로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져 세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다수 기업인들은 ‘현 정부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아니 차라리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형태로 표출해왔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냥 마냥 새로운 정치ㆍ경제 환경을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세계 경제여건은 너무나 급격하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의 위험요소까지 추가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당초 4%선에서 2~3%대로 뚝 떨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될 만큼 우리의 상황은 심각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투자, 아니 당장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능하다면 과감한 R&D와 더 높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스템 확보에 전력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틀을 바로잡고 강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것은 일련의 혼란 속에 우리 기업들과 국가 경제가 치르고 있는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정권의 불투명성과 반기업적 정서, 최근 북핵 여파까지 겹쳐 기업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 스스로도 외부요인에만 너무 얽매여 기업가 정신과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기업 자신뿐 아니라 국가적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일어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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