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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품 신도시, 유령 마을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은 판교신도시에서도 집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다. 아파트 시세가 3.3㎡당 평균 2,500만원이 넘는다. 이런 동네에 준공된 지 3년이 넘은 아파트 3,700여가구가 빈 집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다. 백현마을 3ㆍ4단지 얘기다. 백현마을 3ㆍ4단지는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이주하게 되는 주민들을 위해 지어진 순환용 이주주택이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LH의 자금난 등으로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재개발 사업이 시공사 선정에 잇따라 실패하는 등 지지부진한 사이 이주 주택단지가 2009년 말 완공됐고, 입주가 늦어지면서 LH가 그동안 아파트 관리비로 쓴 돈만 60억원이 넘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관리비 부담 때문에 LH는 백현마을 3ㆍ4단지를 일반공급하려 하지만 성남시와 주민들이 약속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업 주체, 이해 당사자 간의 불신과 이기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LH의 자금난 때문에 재개발이 지연됐다고 보는 주민들은 백현마을 3ㆍ4단지를 일반공급하면 LH가 사업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성남시를 비롯해 시의회 등 지역 정치권은 유권자인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에 민감하게 휘둘려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LH 역시 사업 시행자로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상당부분 실패했다.



부동산 경기가 언제 회복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은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국민의 돈으로 지어진 임대아파트 단지는 계속 빈집으로 남아 LH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상식적으로 볼 때 백현마을 3ㆍ4단지는 일반에 먼저 공급하고 대체 순환용 이주주택은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맞춰 위례신도시 등지에 마련하는 것이 맞다.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유불리를 떠나 상식적인 선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명품 신도시라는 판교에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마을을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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